고용노동부가 기업의 고용형태 공시 범위를 대폭 확대, 내년부터 간접고용 근로자의 고용형태를 더 세분화해 공시토록 하고 업무 내용까지도 공개 범위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고용형태 공시제는 기업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용 현황을 공개하는 제도로 2014년부터 300명 이상 고용 기업에 도입됐다. 현재는 기업 단위로 정규직, 기간제, 단시간 근로자, 소속 외 근로자의 총 숫자만을 공개하도록 돼 있다.

고용노동부는 내년부터 이를 좀 더 세분화해 종업원 3000명 이상 기업은 사업장별로 고용형태를 공시하되 소속 외 근로자는 파견, 용역, 사내하도급 등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업무 내용까지도 함께 공개토록 했다. 2019년부터는 종업원 1000명 이상 기업으로 대상이 확대된다. 기업이 직접고용할 부분까지 간접고용을 남용하고 있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과도한 비정규직 사용이나 간접고용을 억제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셈이다.

하지만 기업의 세세한 고용 유형을 업무 내용까지 포함해 공개하라는 것이 타당한 조치인지 의문이다. 기업별 고용 형태나 업무 분장 등은 각 기업 고유의 경영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일종의 영업기밀이다. 일일이 공개하라는 것은 경영권 침해 소지가 다분하다. 도입 당시부터 재계에서 우려를 표명했던 것도 그래서다. 고용형태 공시가 기업 자율이라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사실상 의무와 다름없다.

기업을 줄세우고 여론재판을 조장한다는 점도 문제다. 업종 특수성에 따라 채용 형태가 다를 수밖에 없는데 단순히 비정규직 고용이 많은 기업은 ‘부도덕한 기업’으로 낙인 찍히기 일쑤다. 채용 시장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고용형태 공시제 도입 후 괜한 오해를 사기 싫어 인턴을 뽑지 않는다는 기업도 있다. ‘비정규직 제로(0)’ 정책과 마찬가지로 일자리를 오히려 없애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기업 임금분포 공시제’ 도입까지 추진 중이다. 근로자의 임금 결정 협상력을 높인다는 취지지만, 경영권은 물론 프라이버시 침해 소지도 크다. 불필요한 갈등만 조장할 가능성도 있다. 기업 경영을 다 까발리겠다는,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식 규제가 왜 이리 많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