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이어 자동차·철강·태양광까지… 미국, 한국기업에 무차별 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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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삼성·LG에 세이프가드 예고
120만대 초과 물량에 50% 관세… 부품 포함
삼성·LG 미국수출량의 절반… "수천억 피해 우려"
미국 예측불허 통상규제 폭풍에 기업들 '초비상'
120만대 초과 물량에 50% 관세… 부품 포함
삼성·LG 미국수출량의 절반… "수천억 피해 우려"
미국 예측불허 통상규제 폭풍에 기업들 '초비상'
미국 통상당국이 22일 발표한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권고안의 세부 내용을 받아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담당 임직원은 “당초 예상보다 규제 강도가 훨씬 강하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 경쟁사인 월풀이 주장한 조치보다 강도는 낮아졌지만 미국에 대한 세탁기 수출에는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세탁기뿐 아니라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에도 통상 규제를 거론하고 있어 산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어느 정도 타격 입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의 세이프가드 권고안은 120만 대 이하 세탁기 수입 물량에는 저율의 관세를 매기고 120만 대를 초과하는 물량은 40~50%의 관세를 3년간 적용하는 방안이다. 저율 관세는 USITC 위원들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20%와 1~2%(현행 관세율) 복수안으로 제시됐다. 세탁기 부품도 캐비닛(외부 철판), 튜브(세탁조의 바깥 통), 베스킷(세탁조의 안쪽 통) 등 세 가지 부품에 대해 5만 대 이상을 초과하는 물량에 40~50%의 관세를 매기는 안을 내놨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한 해 미국에 수출하는 세탁기 물량은 250만 대에 달한다. 금액으로 따지면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규모다. 이에 따라 국내 업계에서는 한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세탁기 물량의 절반 이상이 40~50%의 관세 폭탄을 맞을 것으로 걱정했다. 특히 120만 대 이하 물량에 20%의 관세를 매기는 안은 국내 업체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고강도 규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탁기 사업 영업이익률이 5% 안팎인데 20%의 관세를 매긴다고 하면 제대로 수출할 수 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세이프가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각각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카운티와 테네시주 몽고메리카운티에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삼성은 내년 초, LG전자는 내년 하반기에 공장을 완공한다. 하지만 완공 이후 본격 가동에 들어가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수천억원대 수출 피해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겠다”
삼성, LG에만 비상이 걸린 것이 아니다. 다른 기업까지 덩달아 긴장하는 이유는 미국의 통상압력 범위와 강도를 전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가 올 들어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품목만 해도 △가소제 △합성고무 △유정용 강관 △철강선재 △폴리에스테르 단섬유 △한국산 냉간압연강관 △페트(PET) 등 총 7개에 달한다. USITC는 세탁기 외에 태양광 전지·패널 제품에도 이달 초 최대 35%의 관세를 매기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세이프가드 권고안을 내놨다.
미국의 잇따른 통상 규제로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중소·중견기업 중 일부는 존폐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산 유정용 강관은 지난달 미국 상무부로부터 최대 46.27%에 달하는 반덤핑·상계관세 예비판정 조치를 받았다. 이 제품을 생산하는 넥스틸은 올 하반기 미국의 수주 실적이 ‘제로’다. 지난해 미국 수출 물량은 22만t에 달했다. 박효정 넥스틸 대표는 “최종 판정은 내년 4월 나올 예정이지만 규제안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미국의 통상 규제가 자동차, 반도체, 냉장고 등 주력 제품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USITC는 지난달 말 웨이퍼(반도체의 주재료) 레벨 패키징 반도체 기기 및 부품과 해당 반도체가 들어간 제품의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를 개시했다. 삼성전자 휴대폰에 들어간 전력 반도체칩이 특허 침해 사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식재산권 침해가 인정되면 USITC는 해당 제품의 수입 금지를 명령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이르면 연내 시작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서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자동차에 미국산 부품을 더 사용하라고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월풀의 주력 제품 중 하나인 냉장고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청원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좌동욱/박재원 기자 leftking@hankyung.com
어느 정도 타격 입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의 세이프가드 권고안은 120만 대 이하 세탁기 수입 물량에는 저율의 관세를 매기고 120만 대를 초과하는 물량은 40~50%의 관세를 3년간 적용하는 방안이다. 저율 관세는 USITC 위원들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20%와 1~2%(현행 관세율) 복수안으로 제시됐다. 세탁기 부품도 캐비닛(외부 철판), 튜브(세탁조의 바깥 통), 베스킷(세탁조의 안쪽 통) 등 세 가지 부품에 대해 5만 대 이상을 초과하는 물량에 40~50%의 관세를 매기는 안을 내놨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한 해 미국에 수출하는 세탁기 물량은 250만 대에 달한다. 금액으로 따지면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규모다. 이에 따라 국내 업계에서는 한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세탁기 물량의 절반 이상이 40~50%의 관세 폭탄을 맞을 것으로 걱정했다. 특히 120만 대 이하 물량에 20%의 관세를 매기는 안은 국내 업체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고강도 규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탁기 사업 영업이익률이 5% 안팎인데 20%의 관세를 매긴다고 하면 제대로 수출할 수 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세이프가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각각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카운티와 테네시주 몽고메리카운티에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삼성은 내년 초, LG전자는 내년 하반기에 공장을 완공한다. 하지만 완공 이후 본격 가동에 들어가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수천억원대 수출 피해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겠다”
삼성, LG에만 비상이 걸린 것이 아니다. 다른 기업까지 덩달아 긴장하는 이유는 미국의 통상압력 범위와 강도를 전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가 올 들어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품목만 해도 △가소제 △합성고무 △유정용 강관 △철강선재 △폴리에스테르 단섬유 △한국산 냉간압연강관 △페트(PET) 등 총 7개에 달한다. USITC는 세탁기 외에 태양광 전지·패널 제품에도 이달 초 최대 35%의 관세를 매기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세이프가드 권고안을 내놨다.
미국의 잇따른 통상 규제로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중소·중견기업 중 일부는 존폐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산 유정용 강관은 지난달 미국 상무부로부터 최대 46.27%에 달하는 반덤핑·상계관세 예비판정 조치를 받았다. 이 제품을 생산하는 넥스틸은 올 하반기 미국의 수주 실적이 ‘제로’다. 지난해 미국 수출 물량은 22만t에 달했다. 박효정 넥스틸 대표는 “최종 판정은 내년 4월 나올 예정이지만 규제안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미국의 통상 규제가 자동차, 반도체, 냉장고 등 주력 제품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USITC는 지난달 말 웨이퍼(반도체의 주재료) 레벨 패키징 반도체 기기 및 부품과 해당 반도체가 들어간 제품의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를 개시했다. 삼성전자 휴대폰에 들어간 전력 반도체칩이 특허 침해 사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식재산권 침해가 인정되면 USITC는 해당 제품의 수입 금지를 명령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이르면 연내 시작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서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자동차에 미국산 부품을 더 사용하라고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월풀의 주력 제품 중 하나인 냉장고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청원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좌동욱/박재원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