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사기'에 나오는 압독국은 기록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2세기 초반에 신라에 병합됐다는 경산 압량면 일대의 소국이다.
'압독'은 신라 진덕여왕(재위 647∼654) 시기에 김유신이 압독주도독으로 임명됐다는 내용으로 또다시 등장한다.
압독국은 1980년대 경산 임당동과 조영동에서 고대 고분이 발굴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1982년 도굴꾼이 임당동 2호분에서 훔친 금제 귀걸이와 은제 허리띠, 고리자루큰칼 등을 해외로 유출하기 전 적발된 뒤 영남대박물관이 본격적인 발굴에 나섰다.
1988년 조영동의 한 무덤에서는 이미 도굴된 상태였음에도 금동관과 금동제 허리띠, 은제 반지 등 유물 800여 점이 발견됐고, 다른 사람을 함께 묻는 순장(殉葬)의 흔적도 드러났다.
23일 발굴 성과가 공개된 경산 하양읍 도리리의 왕릉급 목관묘는 임당동에서 약 10㎞ 떨어진 거리에 있다.
임당동은 금호강 남쪽에 있으나, 이 무덤은 강 북쪽에 위치한다.
그러나 하양의 왕릉급 목관묘는 임당동의 같은 시기 무덤과 비교하면 규모와 부장품 면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무덤에서는 청동거울과 동검, 철검, 청동마(靑銅馬), 팔찌, 넓적한 판 모양 쇠도끼인 판상철부(板狀鐵斧) 등 수많은 부장품이 쏟아졌다.
당시 경북 지역을 흐르는 금호강과 형산강 일대에는 소국과 같은 정치체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임당동에 이어 하양읍에서도 권력자의 무덤이 발견되면서 경산 일대에 상당한 세력이 형성돼 있었음이 확인됐다.
학자들은 경주에서 신라의 모체가 된 사로국(斯盧國) 시대에는 사라리 130호분과 경주평야 내 탑동 고분 등 대규모 목관묘가 각지에 흩어져 있었으나 후대에 월성 인근 대릉원에 대형 봉분이 집중적으로 조성됐다는 점을 들어 경산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나타났다고 봐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최병현 숭실대 명예교수는 하양 목관묘에 대해 "영남 지역 목관묘 중에서는 부장품 구성이 두드러지는 무덤"이라며 "하양읍과 임당동 등지에 각기 다른 세력이 있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임당동 쪽으로 통합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청규 영남대 교수는 "하양 목관묘는 고대국가 이전에 진한 소국의 형성 과정을 보여주는 자료"라고 평가한 뒤 "지금까지 압독은 임당동에서만 성장하고 발전했다고 생각됐는데, 하양읍에도 독자적인 집단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