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사흘째인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첫 기자간담회를 했다. 홍 장관은 “노동생산성이 높아져야 세계적인 기업과 경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취임 사흘째인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첫 기자간담회를 했다. 홍 장관은 “노동생산성이 높아져야 세계적인 기업과 경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근로시간 단축은 추진해야 합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기자실을 찾아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홍 장관은 △대기업의 기술 탈취 근절 △근로시간 단축 △대형 유통시설 규제 강화 등을 중기부가 앞장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경제가 양극화와 장기침체로 갈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데 이런 흐름을 바꿔보기 위해 중기부를 부로 승격시킨 것”이라며 “굉장히 중요한 부서이고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첫 과제는 ‘기술탈취 근절’

그는 장관으로서 가장 역점을 둘 첫 정책으로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 탈취 근절을 꼽았다. 기술 탈취를 근절해야 대기업이 기술력있는 중소기업을 제값에 인수합병(M&A)하고, 이것이 새로운 기술 벤처를 탄생시키는 선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홍 장관은 ‘기술임치제도’를 적극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기술임치제도란 중소·중견기업의 핵심 기술자료를 제3의 공공기관(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에 보관해두고 있다가 향후 기술 유출이나 특허 논란이 생기면 기술 개발 및 보유 사실을 입증해주는 제도다. 특허 출원과 다른 점은 공개를 원하지 않는 기술이나 영업비밀을 보호해준다는 점이다. 홍 장관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려면 좋은 기술과 기업을 제대로 M&A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며 “기술 M&A를 하는 대기업에 혜택을 늘리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 “후퇴 안 돼”

홍 장관은 “근로시간 단축은 혁신성장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반드시 가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자들이 충분히 휴식해야 혁신할 수 있고 생산성이 높아져야 세계적인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데 단순 반복 노동을 오랜 시간 한다면 앞으로 중국이나 베트남과 경쟁이 되겠느냐”며 “이들 조치가 단기적으론 힘들겠지만 장기적으로 우리 노동력의 생산성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기부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당장 직면할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현장 실태조사 등을 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장관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그런 공약을 만든 건 ‘세계화’와 ‘기술진보’라는 거대한 흐름을 뚫고 나가기 위한 것”이라며 “생산성을 높이지 않으면 국내 대기업이 해외로 나가는데 이 흐름을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자리 안정자금 등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지원 정책 등이 국회에서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재정지출을 많이 늘려 돈이 돌아야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의 충격을 완화하는데 국회에 막혀 생각한 것만큼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유통시설 차등 규제

홍 장관은 이케아와 스타필드 등 대형 유통시설에 대한 규제 강화 방침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규제의 사각지대였던 대형 쇼핑몰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조금 더 규제가 필요하다”며 “여러 규제안이 이미 나와 있고 차등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형 쇼핑몰이 교외에 있으면 소상공인과의 상생이 가능할 텐데 자꾸 도심으로 들어온다”고 비판했다. 홍 장관은 “중소기업을 영어식 표현(Small & Medium-sized Enterprises)대로 하면 소중기업인데 ‘소중한 기업들’이란 의미에서도 ‘소중기업’으로 부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무너지면 결국 수요가 무너져 대기업에 피해가 오는 만큼 그들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기부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수호천사’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