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NYT가 부산 추천한 이유?…해운대 아닌 골목길 때문"
경리단길 망리단길 샤로수길…. 최근 ‘골목길 상권’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주말이면 젊은이들은 망원동이나 연희동 깊숙한 골목에 있는 맛집을 찾아나선다. 세상에 하나뿐인 음식과 상품을 즐기는 것이다. 지금 왜 한국은 ‘골목 상권’에 주목할까.

《골목길 자본론》(다산3.0)의 저자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사진)는 “골목상권이 뜨는 건 산업사회에서 요구하던 물질적 성공을 넘어선 가치를 추구하는 ‘탈물질 문화’와 맞닿아 있다”며 “이는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맨해튼처럼 매력적인 도시는 단지 문화가 아닌 골목 문화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골목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건 1970년대 이후 비정상적인 도시 발전을 거친 다음 거리 문화가 다시 살아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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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교수는 “골목산업은 관광산업과도 직결돼 있다”며 “뉴욕타임스가 올해 꼭 가봐야 할 52개 장소 중 하나로 부산을 추천한 것도 바다나 해수욕장 때문이 아니라 골목길 여행 등 도시 여행지로서의 매력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시 문화를 발전시켜야 글로벌 인재를 유치할 수 있습니다. 골목산업은 미래 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힘도 가지고 있죠.”

모 교수는 골목상권 흥망성쇠의 열쇠로 ‘C-READI’ 모델을 제시했다. 문화 인프라, 임대료, 기업가정신, 접근성, 도시 디자인, 정체성 등의 약자를 땄다. 그는 “서울에서 가장 성공한 골목길로는 홍대지역과 벤처기업이 몰려 있는 성수동이 있다”며 “골목의 고유한 문화가 산업 생태계로 파생된 긍정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골목산업의 부흥은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기회지만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와 주택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기존 거주자가 고소득층 이주민에 의해 터전에서 밀려나는 현상)이라는 부작용도 발생시킨다. 모 교수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모델로 ‘장인 공동체’라는 개념을 내놨다. 골목상권을 구성하는 소상공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임대료 상승 문제는 건물주와 세입자의 협력으로 적정 수준으로 제어해야 한다는 뜻이다.

모 교수는 “압구정동 삼청동 등의 사례로 젠트리피케이션을 학습한 구성원들은 골목 정체성을 유지하지 않으면 상권이 위험해진다는 걸 깨달았다”며 “상생 문화가 싹틀 환경이 조성된 만큼 과거처럼 급격한 젠트리피케이션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 근본적인 해결책은 소상공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겁니다. 정부가 지역마다 특성에 맞는 장인대학을 만들어 2~3년 교육해 창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훈련시켜야 한국도 진정한 골목문화를 꽃피울 수 있을 겁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