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19세기 뉴욕 빈민, 단 9㎡ 만 허락됐다
130여 년 전 미국 이민자들은 뉴욕 맨해튼의 동쪽 지구인 이스트사이드에 밀집해 살았다. 이들의 집은 낡고 허름한 공동주택이었다. 당시 이 지역 거주자는 29만 명이었고 지역 면적은 260만㎡였으니 1인당 허용된 면적은 9㎡가 채 안 됐다. 미국 저널리스트 제이컵 A 리스는 이들의 생활 모습을 취재해 책을 냈다. 이 책은 당시 큰 관심을 일으켰으며 뉴욕시가 도시환경 개선사업을 시작한 계기가 됐다.

리스가 당시 낸 책 《세상의 절반은 어떻게 사는가》가 국내에 번역돼 나왔다. 저자는 이 책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노동 착취, 가족과 사회의 무관심 속에 갱단원이 돼가는 부랑아들, 빈민끼리 서로 돕기는커녕 등치기 바쁜 아비규환의 현장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저자는 어느 무더운 여름날 이 지역 공동주택의 작업장을 방문했다. 방의 온도는 46도였다. 이민자 여섯 명이 일하는 가운데 방구석에서는 갓난아기가 죽어가고 있었다. 저자는 이들의 비참함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사회적인 배경도 탐구한다. 정치인들은 선거 때에만 이들에게 아부해 표를 얻고는 선거가 끝나면 등을 돌렸다.

저자는 사회개혁에 대한 열망으로 이 책을 썼지만 그렇다고 해서 감정에 호소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저널리스트답게 사실적 자료의 수집, 대상과 거리 두고 관찰하기 등 탐사보도의 원칙을 잘 지키며 책을 썼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은 저자에 대해 “나는 거대한 사회문제에 대한 식견을 리스보다 더 많이 제시하고 그 문제들에 더 냉철하게 접근한 사람을 거의 알지 못한다”고 평가했다.(정탄 옮김, 교유서가, 472쪽, 1만8000원)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