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일 후 본회의 자동 상정…작년 12월 한국당 반대 피하려 지정
여야, 막판 긴박한 협상 거쳐 본회의 1시간 전 수정안 도출


여야가 진통 끝에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사회적 참사 특별법을 처리할 수 있었던 배경의 일등공신으로 '신속처리안건' 제도가 꼽힌다.

신속처리안건이란 2012년 5월 도입된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의 핵심 내용 중 하나다.

당시 국회의장의 법안 직권상정 요건을 보다 엄격히 제한하는 대신, 심사가 지연되는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신속처리안건, 일명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했다.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될 경우 국회 논의 기간이 330일을 넘기면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도록 한 것이 골자다.

구체적으로 신속처리안건은 전체 재적 의원 또는 상임위 재적 위원 과반수가 요구하면 이를 국회의장 또는 상임위원장이 무기명 투표에 부쳐 재적 의원 또는 상임위 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180명)이 찬성했을 때 지정된다.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면 상임위에서 180일간 심사하고 심사 미완료 시 법제사법위원회에 자동 회부된다.

법사위에서도 90일이 지나면 본회의에 부의한 후 60일 경과 이후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서 자동 상정되도록 했다.

일단 패스트트랙에 오른 법안에 대해서는 이후 별다른 논의 과정 없이도 입법 절차가 진행되도록 함으로써 여야 간 합의를 이루기 어려운 쟁점법안이 국회에서 장기간 표류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 신속처리안건 제도의 핵심 취지다.

실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이 지난해 12월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사회적 참사법을 신속처리안건 '1호'로 지정한 배경에도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의 협조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이날 cpbc 라디오에 출연, "한국당이 워낙 세월호와 관련된 아무런 법도 통과시켜주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당의 어떤 관여도 없이 본회의에 올리려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속처리안건 제도가 결과적으로 사회적 참사법의 극적인 처리에 도움을 주기는 했지만, 법안 처리까지 1년에 가까운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은 제도 도입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독소조항'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신속처리안건 지정 요건을 재적 의원 과반(150명)으로 낮추고, 계류 기간도 줄이자는 요구와 함께 관련 법 개정안이 줄을 잇고 있다.

이런 가운데 330일이 지나는 가운데 지난 5·9 대선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등 사회적 참사법을 둘러싼 원내 상황도 변화했다.

최근까지도 한국당은 통과 반대입장을 밝혀왔지만, 국민의당이 수정안을 제시하며 논의를 지속한 끝에 결국 본회의 하루 전인 23일 밤 민주당·한국당·국민의당 3당 원내수석부대표들이 1차 수정안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 우려가 제기된 조사방법 특례조항이 막판 쟁점으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내부 회의를 진행하면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 등으로부터 의견을 청취하는 등 숙고 과정을 거쳤으며, 결국 이날 오전 10시 본회의를 1시간도 채 남기지 않은 오전 9시를 넘겨서야 여야의 최종 수정안이 가까스로 도출됐다.

자유 표결 방침을 밝힌 한국당에서도 일부 찬성표가 나온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통과된 사회적 참사법은 신속처리안건 336일만인 이날 낮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