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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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슈퍼 호황’에 힘입은 수출·생산 호조가 소비 심리까지 자극하자 정부도 내수 회복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1월 경제 동향’에서 “부진했던 소비가 반등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전월 “내수 회복세가 견고하지 않다”는 평가에서 사뭇 달라졌다. 일각에선 탄핵 정국이던 올초와 비교해 소비심리가 개선된 건 맞지만 회복세를 확신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낙관적 전망에 내구재 소비 늘어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11월 소비자심리지수를 보면 지수를 구성하는 6개 항목 가운데 전월과 같은 가계수입전망지수를 제외하고 모든 부분이 개선됐다. 현재경기판단지수(98)는 전월보다 7포인트 상승해 2010년 11월(98)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났다. 향후경기전망지수(108)는 올 8월 후 다시 기준선인 100을 넘었고, 현재생활형편지수 생활형편전망지수 소비지출전망지수도 일제히 상승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새 정부 출범 기대 등으로 올 2월부터 7월까지 껑충 뛰었다가 북한 위험요인이 불거지면서 8월(-1.3포인트), 9월(-2.2포인트) 연속 하락했다. 그러다 10월(+1.5포인트) 반등하더니 이달에도 전월보다 3.1포인트 오르며 2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반도체발 호황에… 내수소비도 '선순환' 가속페달
한은 관계자는 “소비심리를 위축시켰던 북한 리스크, 중국과의 갈등이 잦아든 상황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한 달 만에 3.2%로 0.2%포인트 상향 조정한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여기에 준(準)기축통화국인 캐나다와 상설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등 호재가 잇따랐다. 원화 자산의 매력이 커지면서 국내 주식시장에 해외 투자금이 계속 유입됐고,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도 가파르게 하락(원화 가치 상승)하고 있다. 환율 하락은 수입 물가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구매력을 키워 내수에 활기를 줄 수 있다.

휴대폰·승용차처럼 가격이 비싸고 사용연수가 긴 내구재 소비도 하반기 이후 살아날 조짐이다. 개인의 내구소비재 신용카드 사용금액은 매달 두 자릿수 증가세다. 내구재 소비는 통상 소득이 늘고 경기가 좋아진다는 판단이 있어야 확대된다.

금리 인상·부동산 경기가 ‘관건’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위축이 앞으로 내수 회복의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소비심리 개선과 내수 회복 조짐이 지난해 침체에 따른 기저효과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30일 6년 반 만에 연 1.25%인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금통위 내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나왔고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금융 완화의 정도를 줄여나갈 여건이 성숙됐다”며 시장에 금리 인상을 위한 신호를 주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대출 금리가 올라 가계부채 상환 부담이 커지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잇따라 발표된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경기가 얼어붙으면 ‘자산 효과’가 희석돼 소비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도 일부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비가 견조하게 회복되려면 재정효과보다 가처분소득이 늘어야 하는데 아직 고용지표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내년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고용시장이 위축되면 소비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