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투자은행(IB) 가운데 가장 먼저 발행어음을 선보이는 한국투자증권이 수익률을 연 2.30%(1년 만기 기준)로 결정했다. 원리금 보호가 되지 않는다는 약점이 있지만, 은행 정기예금 평균보다 금리가 0.82%포인트 높아 자금을 짧게 굴리려는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의 승부수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금리를 24일 이같이 확정했다. 오는 27일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이번에 나오는 발행어음은 한국투자증권의 87개 영업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최저 가입금액은 100만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연말까지 1조원어치의 발행어음을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발행어음은 금리 변화와 상관없이 약정수익률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투자 기간에 따른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의 수익률은 △7일 이상, 6개월 이하 연 1.20~1.60% △6개월 초과, 9개월 이하 연 2.00% △9개월 초과, 12개월 미만 연 2.10% △1년 연 2.30%다.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발행어음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의 수익률은 연 1.20%로 책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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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에선 최근 초대형 IB 인가를 받은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5곳 중 유일하게 발행어음을 판매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은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 수익률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정할지 주목해왔다. 이번에 한국투자증권이 제시한 수익률은 업계에서 예상했던 연 1% 후반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한국투자증권이 초대형 IB 시장에서 경쟁사들을 확실히 제압하고, 시중은행들과도 전면전을 펼치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만만치 않은 수익률을 제시해 발행어음 사업부문에선 일부 손실이 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4조4019억원)의 두 배까지 발행어음을 팔 수 있다. 이를 재원으로 활용해 기업들을 대상으로 사실상 여신업무를 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판매로 마련한 자금을 계열사인 한국투자파트너스와 이큐파트너스가 선정한 초창기 성장기업에 투자해 수익을 낸다는 전략을 세웠다. 은행 대출을 받기 어려운 저신용등급 기업에 자금을 융통해주거나, 우량채권에 들지 못하는 A등급 이하 회사채에 투자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예금금리보다 높은 수익률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수익률은 은행 정기예금보다는 높고, 저축은행보다는 다소 낮은 수준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이자율(24일 기준)은 연 1.48%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연 2.10%)나 카카오뱅크(연 2.00%)의 예금금리도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수익률에는 못 미친다.

저축은행 예금금리는 평균 연 2.37%(1년 만기)이며, 특판상품의 금리 수준은 연 2.50%대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시중금리 움직임과 투자자들의 반응을 면밀히 살피면서 수익률을 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발행어음은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어서 원금 손실 위험이 있다. 은행이나 저축은행 예금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5000만원까지 원리금을 보장해준다. 증권업계에서는 초대형 IB의 신용도를 감안할 때 어음부도 가능성이 매우 작기 때문에 한국투자증권이 목표로 한 투자금을 충분히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증시가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올랐다고 판단하는 투자자 가운데 자금을 단기로 굴리면서 조정에 대비하겠다는 사람들이 꽤 많다”며 “예금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3개월~1년짜리 금융투자상품들은 나오자마자 동이 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 발행어음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투자은행(IB) 가운데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회사가 자기신용으로 발행하는 어음. 가입 시점에 이자가 확정되는 약정수익률 상품으로 은행 예금 등과 달리 원리금은 보호되지 않는다.

이고운/박종서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