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스 거액 초청료 '거품' 논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톱랭커 대다수는 11월부터 연말까지 긴 휴가를 즐긴다. 투어도 1월 초까지 이벤트 대회를 빼곤 정규 대회를 열지 않는다. 몇몇 선수에겐 이 공백기가 가외수입을 올릴 아르바이트 호기다. 거액의 초청료를 받고 다른 투어를 뛸 수 있어서다.

호주 오픈에 매년 출근 도장을 찍는 조던 스피스(미국·사진)가 대표적이다. 통산 11승을 수확해 세계랭킹 2위에 오른 스피스는 최소 100만달러(약 11억원)의 초청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회 총상금(95만달러)보다 많고, 우승상금(23만달러·약 2억5000만원)의 네 배가 넘는다. 스피스는 2014년부터 이 대회에 출전해 지금까지 우승 2회, 준우승 1회를 했다. 초청료를 합치면 3년간 356만달러 정도를 번 셈이다. PGA 투어 3개 대회를 석권한 상금과 맞먹는 규모다. 호주가 고향인 제이슨 데이(세계랭킹 12위)도 스피스와 같은 100만달러 정도의 초청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몸값이 더 비싼 선수들도 있다. 유럽프로골프(EPGA)와 PGA 투어를 병행하는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와 저스틴 로즈(영국)다. 이들은 아시안 투어 대회인 UBS홍콩오픈에 출전하는 대가로 150만달러(약 16억원)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회 총상금이 200만달러다. 이 대회 역시 두 선수 초청료가 총상금을 넘어선다.

총상금보다 큰 초청료를 쓰는 건 거품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자신들이 소속한 투어 대회를 포기한 기회비용을 지급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아시안 투어 관계자는 “최근 열린 유럽투어 롤렉스 시리즈 우승 상금이 140만달러 정도이고, 챔피언에 오를 만한 톱 클래스 선수들이라면 그 정도의 초청료를 과하다고 볼 수 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