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넛을 싫어하는 사람은 드물다. 황금빛 도넛 위 흰 눈이 내린 듯한 설탕 코팅과 그 위에 뿌려진 형형색색의 사탕 장식은 마치 보석처럼 빛난다. 막 구운 따뜻한 도넛을 받아들어 베어 무는 순간, 입안에서 느껴지는 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질감과 달콤함이 주는 행복감. 김재용(50·서울과학기술대 도예학과 부교수)은 도넛의 매력을 도자기 작품으로 만드는 작가다.김 작가의 개인전 ‘런 도넛 런’이 열리는 서울 삼청동 학고재갤러리는 80점 넘는 ‘도넛 연작’ 덕분에 도넛 가게처럼 변했다. 미국 하트퍼드아트스쿨 조각과를 졸업하고 블룸필드힐스 크랜브룩아카데미오브아트에서 도자과 석사를 받은 그가 도넛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 건 2010년 무렵.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생활고에 시달리던 김 작가는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평소 좋아하는 도넛을 도자기로 빚어 벽에 걸었다. 작업실에 들른 미술계 사람들이 이 작품을 호평하자 깨달았다. “내가 즐거운 일을 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자.”밀가루 대신 흙을 구워 도자기 도넛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열광했다. 어느새 그는 1000점 넘는 도넛 작품을 제작해 ‘완판’시킨 인기 작가가 됐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신작 ‘런 도넛 런’은 작가이자 교수로 쉼 없이 달려온 자신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초등학생 때 미술학원 선생님이 제가 그린 수채화를 보고 ‘넌 앞으로 학원에 나오지 말라’고 하셨어요. 제가 색약(色弱)이라 색을 이상하게 쓴다는 이유였습니다. 그 후에도 작가의 길을 포기하고 싶을 때가 여러 번 있었지만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니 이렇게 자리를 잡을 수 있
캐나다국립아트센터(NAC) 오케스트라가 첫 내한 공연을 펼친다. 협연자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이다. 공연기획사인 마스트미디어는 “NAC 오케스트라가 오는 5월 31일 오후 5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고 밝혔다.NAC 오케스트라는 캐나다 수도 오타와를 거점으로 한다. 대담한 연주로 새로운 예술적 해석을 가미하는 악단으로 알려져 있다. 포용, 창의성, 관용, 지속 가능성, 참여 등 다섯 가지 가치를 근간으로 삼고 지역사회의 문화 발전에 기여하려는 사회친화적인 악단이기도 하다.지난해 이 오케스트라가 내놓은 음반 ‘우리 시대의 진실’은 반전, 평화 등 사회적 문제 해결을 고민하는 목소리를 담았다. 미국 작곡가 필립 글래스의 교향곡 13번 최초 녹음본을 비롯해 코른골트, 쇼스타코비치와 캐나다 현대음악 작곡가 등의 작품이 앨범에 포함됐다.내한 공연을 이끄는 이는 영국 출신인 알렉산더 셸리 NAC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사진)이다. 셸리 감독은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인 아버지와 피아니스트인 어머니 밑에서 자라 어린 시절부터 감정을 소리로 풀어내는 데 익숙한 지휘자다.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석 첼리스트였던 티머시 휴를 멘토로 삼아 지휘자로서의 마음가짐과 기술 등 노하우를 전수받았다.손열음은 협연자로 이번 공연을 함께한다. 손열음은 2009년 밴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와 2011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해외에 이름을 알렸다. 여러 세대와 폭넓게 소통하면서 클래식 음악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NAC 오케스트라는 1·2부로 나뉘는 이번 공연에서 슈트라우스의 ‘돈 후안’으로 한국 관객을 맞이한다. 이후 캐나다 현대음악
유니버설발레단이 올해 첫 정기공연으로 고전 발레 ‘지젤’을 선보인다. 서울에서는 오는 4월 18일부터 27일까지 열흘 가까이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다. 보통 길어야 닷새인 발레 공연을 이토록 오래 올린다는 건 발레단에도 보기 드문 도전이다. 무대에 오르는 남자 주인공 ‘알브레히트’는 객원 무용수 전민철까지 포함하면 무려 7명. 정혼자가 있는 귀족 청년 알브레히트는 시골 아가씨 지젤을 만나 신분을 숨기고 연애하는 나쁜 남자다. 2008년부터 수석무용수로 뛰고 있는 발레리노 이현준과 이제 막 알브레히트로 데뷔하는 발레리노 임선우를 최근 만났다. 무대 위 경력 차는 크지만 두 사람은 누구보다 각별한 사이다. 연습실 캐비닛을 가까이 둔 이들은 이날도 각자 해석한 알브레히트에 대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다. ◇ 총 7명이 알브레히트 역할이현준은 “수석무용수로 승급한 뒤 가장 먼저 연기한 인물이 알브레히트”라며 “오래 연기한 만큼 연민과 애정을 느끼는 캐릭터”라고 말했다. 임선우는 “학생 시절 알브레히트로 로잔 콩쿠르에 출전했다”며 “발레단에 입단해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었다”고 했다. 임선우는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해 처음 지젤로 무대에 올랐을 때는 패전트(농부)였다. 젊은 농민 남녀 6인이 추는 ‘패전트 파 드 시스’를 선보인 그는 이제 귀족 알브레히트가 됐다.두 사람은 ‘나쁜 남자’ 알브레히트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이현준은 자신이 연기해온 알브레히트는 두 종류라고 설명했다. 지젤을 너무 사랑해 자신의 신분을 감추는 순수한 남자와 생활에 무료함을 느끼다 예쁜 시골 여자를 만나는 경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