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상수원보호, 상생협력으로 풀어야
경기 송탄상수원보호구역 갈등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 일대 주민들은 요즘 한숨만 나온다. 38년 전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재산권 행사에 큰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해제 여부를 놓고 평택시와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다.

송탄상수원보호구역 지정으로 개발에 제한을 받고 있는 용인 지역은 상류 10㎞ 이내까지 포함해 63.72㎢에 이른다. 남사면 대부분과 이동면 일부 지역까지 들어가 있다. 여의도 면적(2.9㎢)의 22배다. 2년 전 한 연구기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 지역 상수원보호구역 규제로 인한 토지 가치 피해는 약 1조6000여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2015년 12월9일, 파주의 한 출판센터에 경기지사와 용인·평택·안성 등 3개 시 시장이 모였다. ‘진위·안성천 및 평택호 수질 개선과 상·하류 상생협력 협약서’를 체결하기 위해서다. 4개 기관이 비용을 분담해 공동으로 연구용역을 하고, 연구 결과의 이행을 합의한다는 협약서에 각자 서명했다. 용역비로만 국민 혈세 6억원이 들어갔다. 그리고 용역에 착수한 지 1년6개월 만에 보고서가 나왔다.

보고서는 송탄상수원보호구역을 해제하더라도 평택호 수질에 미치는 영향은 2% 내외에 불과하다고 했다. 물 부족 문제도 광역상수도 재분배, 비상급수 관로 추가, 하수처리수 재이용 등 세 가지 방안으로 해결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상수원보호구역을 해제하면 수질 악화와 물 부족이 초래될 것’이라는 평택시의 반대 명분이 모두 뒤집어진 것이다.

중국 춘추시대 공자의 제자인 증자는 약속과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 사람이다. 증자의 부인이 어느날 시장에 가려고 하는데 어린 아들이 따라가겠다고 생떼를 쓰자 “얌전히 기다리면 다녀와서 돼지를 잡아 맛있는 반찬을 해주겠다”고 말했다. 아이를 달래려고 한, 눈앞의 위기를 모면하려는 거짓말이었다.

그런데 부인이 시장에서 돌아와 보니 증자가 마당에서 정말로 돼지를 잡고 있는 게 아닌가. 부인이 깜짝 놀라 말렸지만 증자는 기어코 돼지를 잡고야 말았다. 증자는 “아이는 부모를 따라 배우는 법인데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아이가 뭘 배우겠느냐”고 일침을 가했다. 약속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증자의 아들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약속 하나는 칼같이 지켰다고 한다. ‘증자의 돼지’ 일화다.

평택·안성·용인시는 송탄상수원보호구역 문제를 놓고 38년째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그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2년 전 3개 지방자치단체장과 도지사까지 참석해 상생협력 협약서를 체결했다. 지자체를 대표하는 단체장끼리 맺은 약속이다. 협약서에는 ‘상생협력의 필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상호 협력하며, 공동연구 결과의 이행을 합의한다’고 돼 있다.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로 수질이 나빠진다면 억지로 요구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식수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질오염에 별 영향이 없다면 피해를 보는 국민의 입장도 고려하는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수억원의 국민 혈세가 들어간 용역보고서와 단체장끼리 맺은 협약서가 휴지조각이 되지 않길 바란다. 이제는 갈등을 마무리하고 진정으로 이들 3개 시가 상생 협력의 길로 나아갔으면 한다.

정찬민 < 용인시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