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적은 자영업자·은퇴자 대출 축소 불가피…다주택자 임대사업도 악영향
일각에선 "돈줄 막혀 전세 낀 갭투자 여전할 것" 전망도


정부가 당장 내년부터 총부채상환비율(DTI)를 강화하고,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적잖은 타격이 우려된다.

특히 임대사업용 부동산에 125∼150%의 부동산임대업 이자상환비율(RTI)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이 위축되고, 상가·오피스텔 등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투자수요도 감소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26일 신한금융투자 이남수 부동산 팀장은 "RTI가 상업용 부동산뿐만 아니라 주택에도 적용되기 때문에 주택의 월세가 높지 않은 경우 대출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에 이어 이자까지 오르는 상황에서 대출 규모도 축소되면 임대사업을 하려는 투자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심교언 교수는 "다주택자의 원리금 상환을 15년으로 제한하면서 유주택자들의 주택 추가 구매 심리가 위축될 것 같다"며 "대출 규제에 금리 인상까지 더해져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상가·꼬마빌딩 등 수익형 부동산에도 영향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차주의 신용대출까지 대출 한도로 고려할 경우 대출 가능 금액이 줄어 건물 매입을 포기하는 경우도 나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이 팀장은 "상가나 꼬마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의 상당수는 레버리지 효과를 노리기 위해 대출비율을 최대한으로 높이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특히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신용대출까지 많이 활용했는데 앞으로는 이런 식의 투자가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수익형 부동산의 매매가 상승으로 수익률이 연 3%에도 못 미치는 곳이 속출하고 있어 임대료를 바탕으로 한 대출 규제는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리은행 안명숙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RTI가 150%면 과도하게 높은 비율은 아니지만 매매가의 상당수를 대출로 충당했던 투자자들 입장에선 앞으로 임대료까지 신경 쓰면서 매입 대상을 골라야 해 투자가 주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자들이 최대한 대출을 많이 끼고 건물을 매입해 자녀에게 증여한 뒤 증여세를 낮추는 '부담부 증여'도 위축될 전망이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앞으로 대출을 통해 시세차익과 임대수익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던 투자패턴은 용이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가운데 금리까지 인상되면 대출을 활용한 투자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 센터장은 "2019년 이후 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임대소득 과세가 본격화되는데 양도세 중과에 이어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임대사업 환경이 더 어려워졌다"며 "여유 자금이 많거나 수익성이 높은 상품을 고르지 않는 이상 매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선 이번 대출 규제가 여윳돈이 많은 부자들보다 50대 이상 베이비부머 은퇴자와 자영업자들에 직격탄을 날릴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신혼부부 등은 대출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기 때문에 젊은 층보다는 나이 든 은퇴자 등이 대출 규제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미래 소득이 없는 은퇴자나 고령자, 자영업자들이 대출 받기가 까다로워졌다"고 말했다.

부동산 투자상품에 변화도 예상된다.

박원갑 위원은 "임대료가 대출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만큼 임대수익률이 비교적 잘 나오는 다가구·다세대, 소형 상가 등이 상대적으로 주목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전세를 낀 갭투자가 여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금융권의 한 부동산 전문가는 "8·2대책 이후 대출이 강화되면서 전세금액이 높은 주택을 선호하는 갭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며 "과거만큼의 갭투자가 성행하진 않겠지만 부족한 대출을 전세로 충당하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대출 강화에 주택·상업용 부동산 투자 위축"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