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외환법 위반→지배구조법상 부적격…최종구 "그럴 가능성 있다"
박찬대 "조세포탈 10억 넘을 듯…금융위, 초과지분 의결권 제한 명령해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해외 은닉계좌가 드러나면서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고리인 삼성생명 대주주자격을 잃게 될지 주목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박찬대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7일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이 회장의 금융회사 최대주주 적격성에 법률상 문제가 발생했다"며 해외 은닉계좌 문제를 제기했다.

이 회장이 해외 은닉계좌를 자진신고했으며, 이는 조세를 포탈하고 외국환거래 신고를 누락하는 등 조세범처벌법과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한 사실을 스스로 시인한 것이라는 게 박 의원의 주장이다.

정부도 이 회장의 해외 은닉계좌 존재를 사실상 인정한 바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19일 국정감사에서 이 회장의 해외 은닉계좌에 대해 "(보고를) 들은 것 같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의 답변은 '미신고 역외소득 재산 자진신고제도'가 시행됐을 때 이 회장이 자진신고했다는 의혹을 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제기한 데 따른 것이었다.

이 제도는 박근혜 정부에서 '지하경제 양성화'를 목적으로 최경환 부총리 재임 시절 6개월 간(2015년 10월 1일∼2016년 3월 31일) 시행됐다.

김 부총리는 당시 이 회장이 자진신고한 재산과 소득의 출처에 대해선 "아마 그 자료는 지금 비공개 자료인데, 제가 거기까지는 내용을 알고 있지 않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 회장이 해외 은닉계좌 보유로 조세범처벌법과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했다면,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지배구조법) 규정에 따라 금융회사 최대주주의 자격을 잃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이런 지적에 대해 "그럴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지배구조법 부칙에 따라 법 시행(지난해 8월 1일) 이후 발생한 위법 사항이 확정되면 최대주주 부적격 사유가 된다고 덧붙였다.
해외은닉계좌 드러난 이건희, 삼성생명 대주주자격 위기 맞나
지배구조법 제32조에 따르면 금융위는 금융회사 최대주주 중 최다출자자 1인에 대해 2년 주기로 적격성을 심사한다.

이때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외국환거래법 등 금융 관련법의 위반 여부를 따지게 돼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 회장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대주주로서 적격이라는 검토 의견을 마련했다.

금융위가 이 의견을 토대로 결론을 내야 한다.

박 의원은 "조세범처벌법·외국환거래법 위반을 자인한 이 회장은 지배구조법상 삼성생명 최대주주 적격성 유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됐다"며 "금융위는 삼성생명이 이 회장의 적격성 상실을 알고도 지배구조법이 정한 대로 이를 지체 없이 금융위에 보고했는지 조사해야 하지만, 이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검찰이 이들 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해 형이 확정되면 이 회장은 적격성 요건을 회복하는 게 불가능한 만큼, 금융위는 지배구조법에 따라 삼성생명으로부터 경영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계획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법 위반이 확정돼 형사처벌을 받는다면 그런 사유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세한 내용을 기재부와 협의해서 알아보겠다.

해야 할 일을 빠뜨리지 않고 하겠다"고 답변했다.

이 회장이 해외 은닉계좌로 포탈한 세금이 연 10억원을 넘으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자진신고를 고려해 검찰이 자수감경(형량의 절반)을, 이후 법원이 작량감경(구형의 절반)을 각각 하더라도 최소 징역 1년 이상이 선고된다.

박 의원은 "이 경우 지배구조법에 따라 발행주식 총수의 10% 이상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명할 수 있다"며 "금융위는 형이 확정될 경우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중 10% 이상의 지분에 대한 의결권 제한을 명령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기업공시자료에 따르면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은 20.76%다.

박 의원 주장대로 이 회장이 기소돼 징역 1년 이상이 확정되면 삼성생명 지분 중 10%를 뺀 나머지 10.76%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될 수 있다.
해외은닉계좌 드러난 이건희, 삼성생명 대주주자격 위기 맞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