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원·달러 환율이 올해보다 더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세계 경기 회복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현상에 미국 달러화 약세가 맞물려서다. 여기에 오는 30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까지 더해지면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더 가팔라져(원화 가치는 상승) 달러당 1050원대까지 내려앉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2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3원20전 오른 달러당 1088원60전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주 연저점을 연이어 갱신하며 과열됐던 하락세가 오는 30일 한은의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을 앞두고 다소 진정 국면에 들어섰지만 최근 두달 새 환율 하락 폭만 60원에 달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월 말만 해도 북한 리스크가 불거지면 1150원대에서 움직였다. 하지만 이달 중순 이후 경기 회복세와 해외 자금 유입 등으로 하락 폭을 키우고 있다. 이 과정에서 외환당국이 사실상 구두 개입을 하며 속도 조절에 나섰지만 원·달러 환율은 2015년 5월6일(1080원) 이후 2년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원화 강세는 대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엮인 결과다. 세계 경기 회복에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심화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제조업 육성과 수출 증대 등을 위해 강(强)달러를 선호하지 않아 달러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한국은 반도체를 앞세운 수출 호황으로 성장세에 탄력을 받았고 이에 따라 한은이 오는 30일 6년 5개월 만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내년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투자증권은 내년 원·달러 환율이 평균 1075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초 1100원대에서 연말엔 1050원대까지 하락한다는 설명이다. 우리은행(1080원), 하나금융연구소(1095원), 신한금융투자(1100원) 등도 내년 원화 강세 흐름을 예상했다. 모두 올 들어 지난 24일까지 평균 환율(1135원20전) 보다 낮은 수치다.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도 이날 발표한 ‘2018 아시아 수출국 전망’ 보고서에서 원·달러 환율 12개월 전망치로 1060원을 제시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 11월 기준 한국 경제의 균형환율을 1183원90전으로 추정했다. 균형환율은 한 국가의 기초 경제 여건을 고려할 때 대내외 균형을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의 환율을 말한다. 현재 환율이 균형환율보다 7% 이상 낮아 원화 가치가 고(高)평가됐다는 의미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