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의 '경영과 기술']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디지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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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혁신을 추동하는 기술
이병태 < KAIST 경영대 교수 >
이병태 < KAIST 경영대 교수 >
![[이병태의 '경영과 기술']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디지털'](https://img.hankyung.com/photo/201711/07.14558757.1.jpg)
역사학자들이 동의하는 경제사적 혁명은 수렵에서 농경으로 변화한 1차 농업혁명, 화학비료를 사용해 식량문제를 해결한 2차 농업혁명, 그리고 노동에 기계를 결합한 산업혁명이다. 경제사적 혁명은 사후적으로 인간의 삶의 변화 폭에 의해 정의될 수밖에 없다. 이런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지금 또 다른 경제사적 혁명에 대한 예언이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이유가 몇 가지 존재한다.
![[이병태의 '경영과 기술']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디지털'](https://img.hankyung.com/photo/201711/AA.15303201.1.jpg)
<도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발행한 디지털 경제 보고서 중 미국 벤처캐피털의 투자동향 통계다. 2000년을 전후한 닷컴 열풍은 구글, 아마존 같은 초거대기업을 탄생시켰다. 중국의 텐센트와 바이두, 한국의 네이버와 엔씨소프트 등 초우량기업의 탄생 계기가 됐다.
왜 이렇듯 거품으로까지 인식되는 투자 열풍이 불었을까. 이는 월드와이드웹(www)이 모든 인류가 사용할 보편적 기술이며, 그것이 갖고 있는 경제적 거래를 변화시키는 본질적 가치 때문이다. <도표>를 보면 닷컴 거품이 꺼지고 나서 미국의 벤처투자는 소강상태를 유지하다가 2015년을 전후해 눈에 띄는 봉우리가 솟아났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의 우버 에어비앤비 등과 중국의 샤오미 루컴, 한국의 쿠팡 엘로우모바일 등 소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을 만들어내고 있는 새로운 투자 열풍인 것이다.
인류는 1, 2차 산업혁명을 통해 육체노동을 돕는 기계를 생산활동에 투입해 산업혁명을 고도화해 왔다. 증기기관은 가축과 노예 대신에 기계를 사용하는 계기를 마련했고, 2차 산업혁명은 그 기계에 전기(電氣)라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공급해 대량생산과 규모의 경제를 가능케 했다. 1980년대부터 본격화된 3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기계들은 정신적, 지적 노동을 돕는 것이다. 이를 우리는 ICT라 부르고 디지털 기술이라고도 한다. 4차 산업혁명은 이 정신노동의 기계가 고도화화는 동시에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의 기계가 결합되는 변화를 불러왔다고 볼 수 있다. 모든 기계가 인공지능을 품고 있어서 인간과 기계의 역할 분담이 재정립되는 변화다.
OECD의 이 통계와 다른 벤처투자 자료로부터 주목해야 할 몇 가지 시사점이 있다. 첫째, 최근의 벤처 투자를 보면 닷컴 때와 비교해서 투자금액이 2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4차 산업혁명이 그렇게 분명하고 광범위한 새로운 기회가 아닐 수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미 미국에서는 이런 투자 열풍이 정리단계에 들어서고 있는 모양새다.
'기회의 문'을 닫아걸지 말아야
그 새로운 기회의 문은 기술의 패러다임이 전환될 때 열린다. 새로운 범용기술의 출현이 그런 기회를 만든다. 지금까지의 벤처투자 데이터가 보여주는 4차 산업혁명은 사무실의 정보기기와 공장의 일반기계가 결합되는 변화가 중심축이다. 두뇌와 육체노동을 동시에 도와주는 새로운 기계의 시대에 대비하는 혁신을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변화의 수용성이 너무 떨어져서 기회의 창을 구경만 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병태 < KAIST 경영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