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수렴이냐, 왜곡이냐…청와대 '국민청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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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폐지·조두순 만기출소 반대·야동 합법화…
직접민주주의 통로?
10만명 이상 청원 100일만에 6건
조국 수석이 답변하며 관심 집중
"국민의견 넓게 듣는 새로운 시도"
사회 갈등조장 우려 만만찮아
편향·위헌 가능성 큰 청원 잇따라
특정 세력 여론몰이 수단될 수도
청원법은 절차 복잡해 '유명무실'
직접민주주의 통로?
10만명 이상 청원 100일만에 6건
조국 수석이 답변하며 관심 집중
"국민의견 넓게 듣는 새로운 시도"
사회 갈등조장 우려 만만찮아
편향·위헌 가능성 큰 청원 잇따라
특정 세력 여론몰이 수단될 수도
청원법은 절차 복잡해 '유명무실'
청와대가 홈페이지에 개설한 ‘국민청원 게시판’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조국 민정수석이 직접 나서서 청원이 집중된 낙태죄에 대해 살펴보겠다고 발표하면서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통로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특정 집단이 ‘여론몰이’에 나서며 사회 갈등만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여론 수렴 장치에 불과한 만큼 유명무실한 ‘청원법에 따른 청원’을 활성화할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쏟아지는 청원…‘갈등 조장’ 우려도
27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에 올려진 청원은 5만1678개(오후 3시 기준)에 달한다. 8월19일 해당 게시판이 개설된 지 100여 일 만의 일이다. 하루평균 510건 이상 청원이 올라왔고 10만 명 넘게 동의한 청원이 6건에 달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청와대는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이 서명한 청원에 대해서는 직접 또는 각 부처가 답변한다는 원칙을 세워두고 있다. 20만 명을 처음 넘긴 청원은 ‘소년법 개정’이다. 지난 26일에는 ‘낙태죄 폐지’ 청원에 23만 명이 참여했다. 이에 조 수석이 직접 나서서 “내년에 임신중절 실태를 조사해 현황과 사유를 정확히 파악하겠다”고 답했다. 이근주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청와대 청원제도는 다양한 국민의 의견을 폭넓게 듣기 위한 새로운 시도”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사회 갈등을 조장하는 청원도 이어지고 있어서다. 16일에 올라온 논란 끝에 삭제된 ‘군내 위안부 재창설’ 청원이 대표적이다. 이날도 ‘성인 영상(야동)의 합법화’ ‘판사와 검사의 변호사 개업 금지’ 등 편향적이거나 위헌 가능성이 큰 청원이 잇따라 올라왔다.
사법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청원도 잇따른다.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 ‘신광렬 부장판사 해임 촉구 청원’ 등이 대표적이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8일 한 토론회에서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청원에서는 어떤 이해집단은 과다 대표되고 어떤 집단은 과소 대표될 수밖에 없다”며 “청와대가 국민청원으로 의사결정을 추진하면 극히 부정적 결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56년 된 ‘청원법’은 있으나 마나
기존의 청원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대안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는 헌법 제26조가 규정한 청원권을 근거로 1961년 청원법을 마련해 청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청원 대상은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행정권한이 있는 법인·단체 등이다. 국민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피해의 구제, 공무원의 위법·부당한 행위에 대한 시정이나 징계 요구, 법률·명령·조례·규칙의 제정·개정·폐지, 공공의 제도 또는 시설의 운영에 관한 사항을 청원할 수 있다.
하지만 유명무실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행정안전부는 그간 접수한 청원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청원법이 유명무실해진 이유로는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지적된다. 행안부 관계자는 “청원을 하려면 성명과 주소, 거소(居所), 서명과 함께 청원 이유와 취지를 적은 문서를 제출해야 한다”며 “민원이나 국민제안보다 청원이 어렵게 느껴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민원이나 국민제안은 국민권익위원회의 국민신문고에서 접수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 교수는 “청원 절차도 기본적인 내용만 기재하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것처럼 쉽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주완/박상용 기자 kjwan@hankyung.com
◆쏟아지는 청원…‘갈등 조장’ 우려도
27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에 올려진 청원은 5만1678개(오후 3시 기준)에 달한다. 8월19일 해당 게시판이 개설된 지 100여 일 만의 일이다. 하루평균 510건 이상 청원이 올라왔고 10만 명 넘게 동의한 청원이 6건에 달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청와대는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이 서명한 청원에 대해서는 직접 또는 각 부처가 답변한다는 원칙을 세워두고 있다. 20만 명을 처음 넘긴 청원은 ‘소년법 개정’이다. 지난 26일에는 ‘낙태죄 폐지’ 청원에 23만 명이 참여했다. 이에 조 수석이 직접 나서서 “내년에 임신중절 실태를 조사해 현황과 사유를 정확히 파악하겠다”고 답했다. 이근주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청와대 청원제도는 다양한 국민의 의견을 폭넓게 듣기 위한 새로운 시도”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사회 갈등을 조장하는 청원도 이어지고 있어서다. 16일에 올라온 논란 끝에 삭제된 ‘군내 위안부 재창설’ 청원이 대표적이다. 이날도 ‘성인 영상(야동)의 합법화’ ‘판사와 검사의 변호사 개업 금지’ 등 편향적이거나 위헌 가능성이 큰 청원이 잇따라 올라왔다.
사법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청원도 잇따른다.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 ‘신광렬 부장판사 해임 촉구 청원’ 등이 대표적이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8일 한 토론회에서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청원에서는 어떤 이해집단은 과다 대표되고 어떤 집단은 과소 대표될 수밖에 없다”며 “청와대가 국민청원으로 의사결정을 추진하면 극히 부정적 결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56년 된 ‘청원법’은 있으나 마나
기존의 청원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대안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는 헌법 제26조가 규정한 청원권을 근거로 1961년 청원법을 마련해 청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청원 대상은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행정권한이 있는 법인·단체 등이다. 국민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피해의 구제, 공무원의 위법·부당한 행위에 대한 시정이나 징계 요구, 법률·명령·조례·규칙의 제정·개정·폐지, 공공의 제도 또는 시설의 운영에 관한 사항을 청원할 수 있다.
하지만 유명무실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행정안전부는 그간 접수한 청원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청원법이 유명무실해진 이유로는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지적된다. 행안부 관계자는 “청원을 하려면 성명과 주소, 거소(居所), 서명과 함께 청원 이유와 취지를 적은 문서를 제출해야 한다”며 “민원이나 국민제안보다 청원이 어렵게 느껴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민원이나 국민제안은 국민권익위원회의 국민신문고에서 접수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 교수는 “청원 절차도 기본적인 내용만 기재하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것처럼 쉽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주완/박상용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