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화력 플랜트를 제조하는 중견기업인 A사는 최근 원·달러 환율을 1080원에 맞춰 내년도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1125원 수준을 고려했지만 대폭 낮췄다. A사 관계자는 27일 “한 달 새 원화가치가 4% 뛰면서 수익을 낼 수 없는 사업구조가 돼 버렸다”며 “현재 환율이 유지되더라도 내년엔 적자로 돌아설 수밖에 없어 매일 아침 환율을 체크할 때마다 입술이 바짝바짝 마른다”고 전했다.
1달러=1100원대에 짠 사업계획 '무용지물'…수출기업들 1050선도 깨질까 '전전긍긍'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그룹도 마찬가지다. 4대 그룹의 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는 “당초 원·달러 환율 1100원을 기준으로 수립했던 내년도 사업계획을 1050원으로 놓고 다시 짜고 있다”며 “1050원 밑으로 떨어지면 대기업이라고 해도 버틸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최근 원화 가치 상승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며 수익성이 악화되는 수준을 넘어 기업의 존폐를 위협할 정도라고 우려했다. 삼성전자는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고 유로, 위안화, 엔화 등 현지 통화 결제를 우선으로 하는 방식으로 환율 변동에 따른 피해를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그럼에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국내에서 주로 생산해 수출하는 제품 비중이 높아 수익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제품군이 단순한 SK하이닉스는 원화 강세에 따른 타격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시(원화 강세) SK하이닉스의 분기당 영업이익은 700억원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3분기 영업이익의 2.3% 수준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이날 내놓은 ‘최근 원화 절상의 우리 수출에 대한 영향’ 보고서를 보면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하면 운송장비업의 영업이익률은 4%포인트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전기전자산업의 영업이익률은 3%포인트, 기계장비는 2.8%포인트 감소한다. 모두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와 선박, 반도체, 디스플레이, 통신기기 등이 포함된 업종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자동차, 기계, 플랜트, 섬유산업은 현재 환율 수준에서는 일본, 중국, 대만 등 경쟁국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의 통상압력과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원가상승 압박까지 겹쳐 기업들은 지금 패닉에 빠져있다”고 전했다.

좌동욱/강현우/안대규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