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인천의 공립 논현유치원을 방문해 수업을 함께 체험하는 김상곤 부총리. / 사진=한경 DB
지난달 26일 인천의 공립 논현유치원을 방문해 수업을 함께 체험하는 김상곤 부총리. / 사진=한경 DB
초등학교 유휴 교실에 국·공립어린이집을 만들 수 있도록 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하자 교육계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초등학교 소관 부서인 교육부·교육청을 비롯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와도 협의를 거치지 않아 문제가 됐다.

‘보육’에 속하는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교육’에 해당하는 유치원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각각 관장해오면서 생긴 쟁점이 다시 한 번 불거진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28일 논평을 내고 “공립 어린이집 확대를 지지하지만 학교 유휴 공간을 어린이집으로 ‘용도 변경’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초등학교 내 어린이집 설치는 신축 공간 확보라는 관점에서 경제적 논리로만 접근한 것”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서울교육청은 “저출산에 따른 학생 수 감소로 학교에 유휴 공간이 많을 것으로 여기겠지만 실제로는 교과교실제 초등돌봄교실 공립유치원 운영 등으로 인해 공간이 부족하다”며 “초등학교에 유휴 공간이 생기더라도 어린이집이 아닌 공립유치원 설립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학교는 가정의 몫이던 급식을, 보육의 영역이던 돌봄을, 학원의 영역이던 방과후학교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고도 했다. 학교가 이 같은 정책을 맡아 교육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좋지만, 그 때문에 학교가 포화 상태가 됐다는 설명이다.

이어 교육청은 “이처럼 우려가 큰 법률 개정안이 교문위와 협의도 없이 보건복지위를 통과한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교육자치권까지 훼손했다”면서 “개정안을 심의할 국회 법제사법위에서는 교육 현장 의견을 반드시 수렴해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교육기관인 초등학교에 보육시설인 어린이집을 설치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은 문제라며 국공립유치원 설립이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총은 “교문위 의견 수렴이나 동의 절차 없이 보건복지위에서 의결해 통과시킨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현재 25%에 불과한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을 40%까지 끌어올리기로 한 대통령 공약 이행이 급선무”라고 짚었다.

초등학교에 설치돼 운영되는 기존 국공립 병설유치원은 법적으로도 교장이 원장을 겸직할 수 있다. 반면 어린이집이 설치될 경우 학교장과 어린이집 원장이 공존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아 교육과 보육 일원화를 위한 ‘유보 통합’ 논의가 수년째 지지부진한 상황이 문제를 키웠다. 서울교육청과 교총은 “선행돼야 할 유보 통합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없이 이번처럼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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