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이 국가 선택하는 시대' 일깨워주는 투자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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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대미 투자 첫 100억달러 돌파
'인력 가성비' 높은 베트남행도 활발
신산업 규제 빗장에 벤처도 탈출조짐
기업 다 떠나면 일자리 어디서 나오나
'인력 가성비' 높은 베트남행도 활발
신산업 규제 빗장에 벤처도 탈출조짐
기업 다 떠나면 일자리 어디서 나오나
기업 엑소더스가 본격 시작됐는가.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액이 103억2500만달러를 기록, 반기 기준으로 사상 처음 100억달러를 넘었다고 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 배, 2015년에 비해선 세 배가 넘는다. 이런 추세라면 미국 투자액이 연간으로도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한다.
최근 5년간 대미 투자는 반기 기준 20억~30억달러 정도였다. 그러다 지난해 상·하반기 각각 50억, 70억달러대로 늘더니 올 상반기엔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전체 해외투자 중 미국 비중도 47%까지 높아졌다. 기업별로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전자, SK이노베이션, 포스코, 롯데케미칼, 한국타이어 등 879개 기업이 미국에 투자했다.
기업들이 미국으로 앞다퉈 나가는 이유를 한 현지법인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에선 기업을 내치려 하고 미국은 끌어들이려 한다.” 지나친 과장이라 할 수 있을까. 최저임금 인상, 고용경직성 강화, 근로시간 단축, 법인세 인상 등 비용의 대대적 상승을 예고하는 조치들보다 기업을 더 절망시키는 것은 ‘소통’의 부재다. 기업인들이 이들 조치의 부당함을 호소해도 귀담아 들어주는 곳이 없다. 미국은 반대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낮은 세금과 규제완화로 해외 기업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이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라는 점과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통상 압박 역시 대미 투자를 빨아들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중요한 것은 기업 경영에서 ‘국경’의 의미가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은 세계 어디에서도 제품을 만들 수 있고, 생산된 제품을 전 세계 소비자를 상대로 판다. 기업 스스로 사업하기 가장 좋은 나라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지 오래다. 기업들로선 굳이 이런 저런 규제에 얽매이면서까지 특정 국가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주요 선진국들이 경쟁적으로 법인세를 내리고 규제를 풀어가며 해외 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선진국들만 그런 게 아니다. 삼성전자 휴대폰의 40%가량을 생산하는 베트남은 저렴한 인건비와 규제 완화로 속속 해외 기업을 유치하고 있다. 최근 베트남을 다녀온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베트남의 인건비는 한국의 10분의 1 정도인 데다 강성 노조도 없고 정부가 규제 철폐 등의 지원을 해주고 있다”며 “현지에 가보니 국내로 돌아올 기업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할 정도다.
국내 기업은 자꾸 해외로 나가고 나간 기업은 돌아오지 않는다면 결과는 뻔하다. 국내 산업은 점점 공동화되고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수출도 내수도 모두 활기를 잃게 되는 건 시간문제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국내 가전업체가 베트남 미국 등 해외생산을 확대하고 있어 수출은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산업연구원은 내년 수출증가율이 올해의 3분의 1 수준인 5.3%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반(反)기업 정서는 여전하고 얽히고설킨 규제는 벤처기업마저 해외로 내몰고 있다. 박수용 서강대 교수가 “알리바바를 비롯한 유명 글로벌 핀테크 기업들이 한국에서라면 은산분리 등의 규제로 인해 사업을 시작하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지금도 구글의 26개 주요 서비스 중 16개는 한국에서 할 수 없다”고 말한 그대로다.
기업이 국가를 선택하는 시대다. 정부는 기업을 잡아두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야 한다.그게 나라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한국만 반대로 가고 있다.
최근 5년간 대미 투자는 반기 기준 20억~30억달러 정도였다. 그러다 지난해 상·하반기 각각 50억, 70억달러대로 늘더니 올 상반기엔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전체 해외투자 중 미국 비중도 47%까지 높아졌다. 기업별로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전자, SK이노베이션, 포스코, 롯데케미칼, 한국타이어 등 879개 기업이 미국에 투자했다.
기업들이 미국으로 앞다퉈 나가는 이유를 한 현지법인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에선 기업을 내치려 하고 미국은 끌어들이려 한다.” 지나친 과장이라 할 수 있을까. 최저임금 인상, 고용경직성 강화, 근로시간 단축, 법인세 인상 등 비용의 대대적 상승을 예고하는 조치들보다 기업을 더 절망시키는 것은 ‘소통’의 부재다. 기업인들이 이들 조치의 부당함을 호소해도 귀담아 들어주는 곳이 없다. 미국은 반대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낮은 세금과 규제완화로 해외 기업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이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라는 점과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통상 압박 역시 대미 투자를 빨아들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중요한 것은 기업 경영에서 ‘국경’의 의미가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은 세계 어디에서도 제품을 만들 수 있고, 생산된 제품을 전 세계 소비자를 상대로 판다. 기업 스스로 사업하기 가장 좋은 나라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지 오래다. 기업들로선 굳이 이런 저런 규제에 얽매이면서까지 특정 국가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주요 선진국들이 경쟁적으로 법인세를 내리고 규제를 풀어가며 해외 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선진국들만 그런 게 아니다. 삼성전자 휴대폰의 40%가량을 생산하는 베트남은 저렴한 인건비와 규제 완화로 속속 해외 기업을 유치하고 있다. 최근 베트남을 다녀온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베트남의 인건비는 한국의 10분의 1 정도인 데다 강성 노조도 없고 정부가 규제 철폐 등의 지원을 해주고 있다”며 “현지에 가보니 국내로 돌아올 기업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할 정도다.
국내 기업은 자꾸 해외로 나가고 나간 기업은 돌아오지 않는다면 결과는 뻔하다. 국내 산업은 점점 공동화되고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수출도 내수도 모두 활기를 잃게 되는 건 시간문제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국내 가전업체가 베트남 미국 등 해외생산을 확대하고 있어 수출은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산업연구원은 내년 수출증가율이 올해의 3분의 1 수준인 5.3%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반(反)기업 정서는 여전하고 얽히고설킨 규제는 벤처기업마저 해외로 내몰고 있다. 박수용 서강대 교수가 “알리바바를 비롯한 유명 글로벌 핀테크 기업들이 한국에서라면 은산분리 등의 규제로 인해 사업을 시작하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지금도 구글의 26개 주요 서비스 중 16개는 한국에서 할 수 없다”고 말한 그대로다.
기업이 국가를 선택하는 시대다. 정부는 기업을 잡아두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야 한다.그게 나라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한국만 반대로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