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는 교육만으론 미래 없어 영어평가 민간에 과감히 위탁"
“물론 생각지 못한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게 두려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야 할까요?”

28일 도쿄 치요다구 사무실에서 만난 안자이 유이치로 일본학술진흥회 이사장(사진)의 말투는 단호했다. ‘신학습지도요령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그는 “위기감을 갖고 뭐라도 바꿔보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안자이 이사장은 일본 학습지도요령을 만드는 중앙교육심의위원회의 전 위원장이자 게이오대 총장을 지낸 인물로 일본 교육계 저명인사다.

안자이 이사장이 교육개혁에서 가장 중시하는 부분은 대학 입시다. 그는 일본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인 센터시험에서 영어의 말하기·듣기·쓰기·읽기 네 가지 기능을 모두 평가하고 민간에 위탁하는 것, 서술형 문제를 넣는 것 등을 골자로 한 대(大)개혁에 참여했다. 반론도 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불리한 것 아닌가, 채점의 공정성은 어떻게 보장하는가 등의 우려다.

그는 “소득이 낮은 가정의 수험생에게는 영어시험 수험료를 정부에서 지원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면서도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변화를 거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객관식 시험에서 1점 차로 대학이 갈리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낀다면, 서술형을 비판하기보다는 ‘제대로 채점할 방법’을 연구하는 게 더 생산적이라는 지적이다. 안자이 이사장은 “예컨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일정 수준 이하의 문장은 필터링하는 식으로 채점 시간을 줄이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학습지도요령이 강조하는 자기주도적 학습, 표현을 중시하는 학습은 서구 문화권에는 어울려도 한국과 일본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에는 맞지 않다는 의문도 있다.

그는 “동아시아 문화에는 여러 좋은 점이 있지만 사회존재방법론 측면에서 보면 계약적이지 않다”며 “일본 학생들은 상대 입장을 고려하면서 본인의 제안을 논리명확하게 표현하는 힘을 키우지 않으면 세계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진단했다.

또 “여러모로 닮은 한국과 일본이 함께 미래로 나아가는 교육개혁론을 공유할 수 있다고 본다”고 기대했다.

도쿄=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