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가 ‘4대강 사업’ 입찰담합에 참여한 건설회사들을 상대로 실질주주명부를 포함한 주주명부의 열람·등사를 허용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경제개혁연대 대표로 있을 당시 제기한 소송이다.

'4대강 입찰담합' 건설사, 집단소송 비상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경제개혁연대가 GS건설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주주명부열람등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2013년 GS건설 삼성물산 등이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입찰담합에 참여해 회사에 과징금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며 경영진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GS건설 10주, 삼성물산 9주를 보유한 경제개혁연대는 소송에 참여할 주주를 모으기 위해 회사 측에 주주명부와 실질주주명부의 열람·등사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핵심은 주주가 주주명부의 열람·등사를 청구할 수 있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실질주주명부의 열람·등사에까지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상법에선 주주에게 회사가 보관하는 주주명부와 주주총회 의사록 등을 열람하고 등사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상장회사에도 이 같은 상법이 적용되는지 해석이 분분했다. 장외업체와 달리 상장 주식 수가 수천만 주에서 수억 주에 달하기 때문이다. 증권회사는 투자자의 주식을 한국예탁결제원에 예탁한다. 예탁결제원은 예탁받은 주식을 관리하고 특정 시점의 실질주주 명세를 작성해 발행회사에 전달한다. 발행회사는 이를 근거로 실질주주 명부를 작성한다. 실질주주는 주주 명부에는 없지만 특정 시점에 실제 주식을 보유한 주주다.

그동안 실질주주명부도 상법 적용 대상인지 판결이 엇갈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주주는 상법상 영업시간 내 주주명부의 열람·등사를 청구할 수 있고 자본시장법에서 정한 실질주주 역시 주주명부의 열람·등사를 청구할 수 있다”며 “실질주주가 실질주주명부의 열람 또는 등사를 청구하는 경우도 이 같은 상법 396조2항이 유추적용된다”고 정리했다.

재판부는 주주명부 열람·등사 청구가 정당한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회사가 입증하지 못하면 주주 또는 회사채권자가 청구를 거절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상장기업 주식 1주를 보유한 소액주주라도 회사 전체의 실질주주명단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실질주주명부에는 주주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이 기재되지만 대법원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개인정보 유출 우려는 남아 있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특정인이 어떤 주식을 갖고 있느냐는 개인의 재산권과 관련한 중요한 개인정보”라며 “주소까지 있는 개인정보를 공개하면 영업 목적이나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판결로 주주 권리가 높아졌지만 상장기업으로선 부담이 커졌다. 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소액주주 권리를 앞세워 회사에 무리하게 주주명부 열람을 남용할 소지가 커졌다”며 “경영권 분쟁 기업은 물론이고 일반 상장기업도 적잖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