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알루미늄 덤핑 직권조사… 잠잠하던 'G2 무역갈등'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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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만에 업계 요구없이 착수
중국 당대회 전까지 자제하던 미국
트럼프 방중 전후로 '공격 개시'
미국, 3분기 대중(對中) 무역적자 확대
중국에 불균형 해소 압박 거세져
시진핑 '금융 개방' 제안도 퇴짜
잇따라 반덤핑·상계관세 '폭탄'
중국 당대회 전까지 자제하던 미국
트럼프 방중 전후로 '공격 개시'
미국, 3분기 대중(對中) 무역적자 확대
중국에 불균형 해소 압박 거세져
시진핑 '금융 개방' 제안도 퇴짜
잇따라 반덤핑·상계관세 '폭탄'
미국과 중국 사이에 전운이 드리우고 있다. 무역 분야에서다. 지난 8~1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이후 미국이 태도를 확 바꿨다. 1980년대식 철강 알루미늄 수입 규제뿐 아니라 지식재산권과 반도체 분야 보호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강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무역전쟁을 하면 양측 모두 비용이 들지만 중국이 더 많은 피해를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美, 26년 만의 자체조사
미 상무부는 28일 중국산 알루미늄 합판이 미국 시장에서 덤핑판매되고 있는지, 관련 업계가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지를 파악하는 조사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무역구제는 통상 업계가 피해를 봤다고 요구해야 시작된다.
이번 조사는 자국 업계의 청원 없이 미 정부가 직권으로 개시했다. 반덤핑이나 상계관세 부과 관련 직권조사에 나선 건 1991년 이후 처음이다. 미국은 지난해 6억달러(약 6500억원)가 넘는 중국산 알루미늄 합판을 수입했다.
캐드 보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통상분석가는 “반덤핑·상계관세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조치지만 정부가 자체적으로 조사하는 것은 보호무역을 위한 공격적인 신호”라고 해석했다.
알루미늄은 미·중 무역에서 상징적인 상품이다. 1980년대 냉전 때 미국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중국산 철강도 조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거해 중국 등 외국산 철강이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환영 못 받는 2500억달러 선물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대통령선거 캠페인 때 중국의 불공정 무역 탓에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빼앗겼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이후 북한 핵문제가 불거지며 비난 공세가 잦아드는 듯했다. 4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 이슈는 부각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에도 “시 주석은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통해 대단한 권력을 갖게 될 것”이라며 “시 주석에게 그걸 얻을 때까지 현안 요구를 자제하겠다고 말했다”고 공개했다. 미 정부가 중국산 철강·알루미늄포일 반덤핑 조사 결과 발표를 여러 차례 미뤄온 배경이다.
하지만 이달 초 방중을 며칠 앞두고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방중 하루 전인 지난 7일 중국산 알루미늄포일에 162%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더니 중국을 떠난 직후인 13일엔 중국산 목재 합판에 194% 관세를 매겼다. 미국은 방중 직전부터 중국에 북핵 해결에 적극 나서고,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으라고 촉구했지만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지난 3분기 1031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6.7% 늘어났다.
중국은 미국이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며 무역전쟁을 막을 ‘금융시장 개방’을 제안했으나 두 번이나 퇴짜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중국은 트럼프가 떠난 뒤 독자적으로 금융시장 개방을 선언했다.
중국은 또 에너지, 항공, 자동차 분야 등에서 2500억달러(약 269조원) 규모의 초대형 구매계약을 미국에 약속했다. WSJ는 “중국이 2500억달러 구매계약을 약속했지만 아무도 속지 않았다”며 “일부는 이미 정해진 것이었고 대부분 급히 포장되거나 비공식 약속”이라고 지적했다.
백악관의 한 관리는 20일 WSJ에 “중국의 전략은 ‘상대를 지치게 하기’”라며 “중국의 무역관행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치명적 무역전쟁 일어날 수도”
미국으로선 대중국 무역적자 문제를 북한 핵문제 해결과 떼어놓을 수 없다.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장은 28일 “중국이 수주 안에 강력한 대북제재를 하지 않으면 내년 초 미국이 일방적 무역 조치에 나설 것”이라며 “6개월 안에 양국 간 치명적 무역전쟁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공세는 전방위적이다. 상무부는 28일 중국산 알루미늄을 직권조사하며 중국산 공구함에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8월부터 외국인 투자 기업에 핵심기술 이전을 강요하는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행위를 조사하고 있어 수개월 내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고 전했다. FT는 이어 “미 의회는 중국의 관심이 높은 반도체 등 전략산업에서 외국인 투자 감시를 강화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美, 26년 만의 자체조사
미 상무부는 28일 중국산 알루미늄 합판이 미국 시장에서 덤핑판매되고 있는지, 관련 업계가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지를 파악하는 조사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무역구제는 통상 업계가 피해를 봤다고 요구해야 시작된다.
이번 조사는 자국 업계의 청원 없이 미 정부가 직권으로 개시했다. 반덤핑이나 상계관세 부과 관련 직권조사에 나선 건 1991년 이후 처음이다. 미국은 지난해 6억달러(약 6500억원)가 넘는 중국산 알루미늄 합판을 수입했다.
캐드 보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통상분석가는 “반덤핑·상계관세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조치지만 정부가 자체적으로 조사하는 것은 보호무역을 위한 공격적인 신호”라고 해석했다.
알루미늄은 미·중 무역에서 상징적인 상품이다. 1980년대 냉전 때 미국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중국산 철강도 조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거해 중국 등 외국산 철강이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환영 못 받는 2500억달러 선물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대통령선거 캠페인 때 중국의 불공정 무역 탓에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빼앗겼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이후 북한 핵문제가 불거지며 비난 공세가 잦아드는 듯했다. 4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 이슈는 부각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에도 “시 주석은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통해 대단한 권력을 갖게 될 것”이라며 “시 주석에게 그걸 얻을 때까지 현안 요구를 자제하겠다고 말했다”고 공개했다. 미 정부가 중국산 철강·알루미늄포일 반덤핑 조사 결과 발표를 여러 차례 미뤄온 배경이다.
하지만 이달 초 방중을 며칠 앞두고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방중 하루 전인 지난 7일 중국산 알루미늄포일에 162%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더니 중국을 떠난 직후인 13일엔 중국산 목재 합판에 194% 관세를 매겼다. 미국은 방중 직전부터 중국에 북핵 해결에 적극 나서고,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으라고 촉구했지만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지난 3분기 1031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6.7% 늘어났다.
중국은 미국이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며 무역전쟁을 막을 ‘금융시장 개방’을 제안했으나 두 번이나 퇴짜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중국은 트럼프가 떠난 뒤 독자적으로 금융시장 개방을 선언했다.
중국은 또 에너지, 항공, 자동차 분야 등에서 2500억달러(약 269조원) 규모의 초대형 구매계약을 미국에 약속했다. WSJ는 “중국이 2500억달러 구매계약을 약속했지만 아무도 속지 않았다”며 “일부는 이미 정해진 것이었고 대부분 급히 포장되거나 비공식 약속”이라고 지적했다.
백악관의 한 관리는 20일 WSJ에 “중국의 전략은 ‘상대를 지치게 하기’”라며 “중국의 무역관행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치명적 무역전쟁 일어날 수도”
미국으로선 대중국 무역적자 문제를 북한 핵문제 해결과 떼어놓을 수 없다.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장은 28일 “중국이 수주 안에 강력한 대북제재를 하지 않으면 내년 초 미국이 일방적 무역 조치에 나설 것”이라며 “6개월 안에 양국 간 치명적 무역전쟁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공세는 전방위적이다. 상무부는 28일 중국산 알루미늄을 직권조사하며 중국산 공구함에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8월부터 외국인 투자 기업에 핵심기술 이전을 강요하는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행위를 조사하고 있어 수개월 내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고 전했다. FT는 이어 “미 의회는 중국의 관심이 높은 반도체 등 전략산업에서 외국인 투자 감시를 강화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