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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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6년5개월 여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가운데 주도주인 정보기술(IT)주 투자심리가 개선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30일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IT주 발목을 잡은 원화 강세 기조가 앞으로 완화되면서 다음달께에는 수출주가 각광받는 시기가 돌아올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다음달 미국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거치면서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를 비롯한 IT기업 실적에 관한 불안이 경감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1.25%에서 25bp 올린 1.50%로 결정했다.

전날 1080원선이 붕괴되며 2년 7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원·달러 환율은 이날 사흘 만에 반등에 나섰다. 오후 1시30분 현재 전날보다 10.30원(0.96%) 오른 1087.1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 금통위와 미국 FOMC회의 이후에는 원화 강세·달러 약세 압력이 완화될 전망"이라며 "국내외 안정적인 경기회복세, 완만한 원화 약세는 시장 주도주인 IT에 우호적인 환경"이라고 했다. 그는 "이는 외국인 순매수 재개로 이어지며 본격적인 IT와 코스피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정상화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2월 미국 세제 개편안 통과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은 달러의 일시적 강세 재료"라며 "원·달러 환율이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수출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지만 다음달에는 이 같은 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장기 원·달러 하락 국면에서 전반부에는 대형 수출주가 호조를 보이고, 후반부에는 주가 상승세가 둔화되는 흐름을 보인다고 곽 연구원은 풀이했다. 내년 상반기 중반부터 원화 강세 후반부에 돌입할 전망인 만큼 현 시점에서는 단기적으로 대형 수출주가 유리한 국민이란 분석이다.

대표 IT주인 반도체주는 업황 고점 논란과 원화 강세 여파로 최근 지지부진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3.27%)는 이달 초 최고가를 경신했으나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의 투자의견 하향 보고서로 인한 '모건스탠리 쇼크'를 거치며 이달 들어 4.50%(29일 종가 기준) 하락했다. SK하이닉스(-5.95%)는 이달 초 주가가 다소 회복되는 듯 했으나 최근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8만원 아래로 밀려났다.

곽 연구원은 "내년 초부터 대형 수출주가 한 차례 기지개를 펼 수 있을 듯하다"며 "12월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수출주에 대한 비중 확대 관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미국 연말 소비 시즌 호조도 IT주 투자심리 개선 요인으로 꼽혔다.

고승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미국 연말 소비시즌이 시작됐는데 고용 개선과 낮아진 저축률, 레버리지 확대 가능성을 고려하면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증시에서는 미국 소비 확대 수혜를 받을 수 있는 IT와 의류OEM업체에 관심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IT는 최근 주가 조정에도 디스플레이를 제외한 반도체, IT하드웨어, 소프트웨어, IT가전의 실적 전망치 상향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주가 하락을 매수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다음달로 들어서며 4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가 IT주 실적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4분기 실적에 대한 가이던스를 12월 초부터 시장에 전하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다.

곽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경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한 지난 3분기보다도 4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10% 이상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달러 강세보다는 펀더멘털(내재가치) 개선에 힘입은 대형 수출주의 반등 가능성에 초점을 둬 투자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