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용 핵연료 시험·암 치료용 동위원소 개발 등 다목적
원자력연구원 자력 설계…안전성·노후화 논란 여전
3년 5개월 만에 재가동 '하나로 원자로' 문제없나
2014년 7월 전력계통 이상으로 일시 가동 중단했다가 이후 내진 보강공사 부실 의혹 등으로 운전하지 못하던 한국원자력연구원 '하나로 원자로'가 30일 재가동 결정됐다.

멈춘 지 3년 5개월 만이다.

대전 유성구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있는 하나로는 열 출력 30㎿급의 다목적 연구용 원자로다.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자력으로 설계하고 건설했다.

1995년 2월 8일 원자로에서 외부 도움을 받지 않고 핵분열 연쇄반응을 처음 시작했다.

원자력계에선 이를 '임계에 도달했다'고 표현한다.

하나로에서는 중성자를 이용한 연구와 방사성 동위원소·반도체 생산을 진행했다.

2014년 2월 10일 가동 3천일을 맞을 때까지 하나로는 산업용 방사성 동위원소 168만2천 퀴리(Ci), 암 진단·치료 등 분야에서 의료용 동위원소 1만2천 퀴리를 각각 생산했다.

국내 수요 70%에 달하는 것이다.

보통 암 환자 1명당 100밀리 퀴리(mCi) 동위원소가 사용되는 것을 고려하면 이때까지 12만3천여명이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혜택을 본 셈이다.

하나로에서 만들어내는 방사성 동위원소 요오드(I)-131의 경우 희귀 소아암 치료에 쓰이기도 한다.

발전용 핵연료 조사시험이나 중성자 빔을 이용한 기초연구 등에도 하나로를 활용했다.

다소 관계없는 것처럼 보이는 토양 속 인삼 뿌리, 항공기 부품, 폭발물, 문화재 등 분야도 도움을 받았다.

물질을 파괴하지 않고 내부 정보나 결함을 확인하는 중성자 이용 비파괴 검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엔 전립선 암세포 단백질(봄베신)에 결합하는 화합물에 하나로에서 생산된 방사성동위원소 'Lu-177'을 결합하는 전립선암 진단·치료 기술이 일반 기업에 이전되기도 했다.

하나로는 그러다 2014년 7월 가동을 멈췄다.

전력계통 이상 때문이다.

이후 이듬해 하나로 건물 벽 일부가 내진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보강 공사가 이어졌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시행된 하나로에 대한 구조물 내진성능·안전성 평가 결과에 따른 것이었다.

당시 외부건물 벽체 중 4.8% 정도가 내진 기준 0.2g를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줄 알았던 보강공사는 그러나 부실 논란에 휩싸였다.

지역주민을 주축으로 구성한 시민검증단은 공사 상태를 점검했으나, 공법의 적절성 등을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최근엔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 배출 한도나 사용후핵연료 보관 안전성 여부 등이 지적됐다.

대전·세종·충남·충북 지역 20여개 시민단체가 모여 구성한 '핵 재처리 실험 저지 30㎞ 연대'의 이경자 집행위원장은 "주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면 절대 재가동을 해서는 안 된다"며 "노후해 폐로해야 하는 하나로를 다시 가동한다는 건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말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이날 열린 제75회 회의에서 하나로 내진 보강 조치가 완료됐다고 판단하고 재가동을 승인했다.

삼중수소 문제의 경우 안전성 분석보고서와는 달리 운영기술지침서 상 수치가 오기돼 있어서 이를 수정 조처했다고 원안위 측은 전했다.

하나로는 검사 후 회의 등을 거쳐 이르면 다음 달 초 재가동될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