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는 30일 중소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환변동보험 지원 사업을 긴급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중소·중견기업이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강세)으로 환차손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10곳 중 3곳은 환위험 대책을 전혀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무협, 수출 중소기업 '환변동보험 가입' 긴급 지원
한국무역협회는 21일부터 23일까지 사흘간 중소·중견기업 212개를 대상으로 원·달러 환율이 1100원 밑으로 떨어질 경우 수출기업이 어느 정도 피해를 입게 되는지 조사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환율 하락으로 인한 가장 큰 어려움으로 환차손(74.0%)을 꼽았다. 수출 물량 감소(10.9%)와 계약 차질(10.9%)이 뒤를 이었고 영향이 없다는 응답은 4.2%에 그쳤다.

환율 하락에 대응하는 방안으로는 비용 절감(35.4%)과 가격 인하(33.0%) 등을 꼽았다. 응답 기업의 30.7%는 뚜렷한 대책이 없다고 답했다. 환율이 상승할 때까지 수출을 포기한다(8.5%)는 응답도 있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상당수 기업이 비용 절감 외에는 환율 변동 위험을 피해갈 마땅한 수단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지금과 같은 원화 강세는 내년 1분기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무역업계는 손익분기점이 되는 환율 수준을 평균 1114원으로 꼽았다. 최적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적정 환율은 평균 1155원이라고 응답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 경제의 기초 여건을 고려할 때 대내외 균형을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의 환율을 1184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무역협회는 환율 하락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중소 수출기업 2000곳을 잠재적 ‘환율 하락에 따른 피해기업’으로 설정하고 무역보험공사의 ‘일반형 환변동보험’ 가입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지역별 순회 설명회를 열어 환위험 관리를 위한 정보도 제공할 계획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