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퀄컴에 맞소송… "배터리 기술 침해"
애플과 퀄컴 간 소송전이 확대되고 있다. 퀄컴이 애플을 상대로 배터리 관련 특허를 무단 사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하자 애플이 맞소송에 나섰다.

지난 29일(현지시간) 외신 등에 따르면 애플은 퀄컴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스냅드래곤 800·820’이 자사의 전력 효율 기술 등 특허 8건을 도용했다며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은 특허 침해에 따른 구체적 피해액 등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번 소송은 퀄컴이 지난 7월 애플이 스마트폰 배터리 수명을 유지하면서 성능을 높이는 기술과 관련한 특허 6종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데 대한 맞불 전략으로 풀이된다. 퀄컴은 당시 소송을 제기하면서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아이폰7의 미국 내 판매와 수입을 금지해달라고 요청했다. 애플은 퀄컴이 실제 제품을 생산하지 않으면서도 소송을 통해 대부분의 수입을 내는 ‘특허 괴물’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애플은 올 들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1월 퀄컴이 시장에서 우월한 지위를 남용해 스마트폰 핵심 부품에 과도한 로열티를 물리고 경쟁업체와 거래를 막았다며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퀄컴은 애플이 자사의 혁신적 기술 없이는 아이폰을 개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애플은 퀄컴과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내년부터 아이폰에 퀄컴 대신 인텔과 대만 반도체 업체인 미디어테크의 모뎀칩을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퀄컴의 주가는 최대 고객사 가운데 하나인 애플과의 분쟁이 시작된 지난 1월 이후 하락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경쟁 반도체 회사인 브로드컴의 인수 목표물이 되는 처지에도 놓였다. 브로드컴은 퀄컴이 1300억달러(약 140조5000억원) 규모의 인수 제안을 거부한 이후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