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2022년까지 나노·뇌과학 등 기초기술과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지능화 기술 개발에 2조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공공 데이터 개방을 기본 원칙으로 삼아 금융 교통 등 산업별 빅데이터 전문센터를 육성할 방침이다. 신기술의 조기 상용화를 가로막는 각 분야의 규제 정비 계획을 종합한 ‘규제 지도’도 작성하기로 했다.

정부는 30일 서울 역삼동 팁스타운에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2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4차산업혁명 대응계획(I-KOREA 4.0)’을 발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21개 부처가 합동으로 초안을 만들고, 4차산업혁명위원회 논의를 거쳐 확정된 향후 5년간의 4차 산업혁명 대비 청사진이다.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블루홀 이사회 의장)은 “이번 계획은 사람 중심의 4차 산업혁명 구현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며 “과거의 사업별 지원방식에서 탈피해 기술과 인프라, 제도 개선을 연계하는 패키지식 지원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산업 간 융합을 촉진하고 국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의료, 제조, 에너지, 금융, 복지 등 산업과 사회 전반의 지능화 혁신을 추진하기로 했다. 의료 분야에선 시범사업 수준에 머무른 의료기관 간 진료정보 전자교류 체계를 2022년까지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제조 분야에선 생산이력 관리 등 기초단계인 스마트공장 수준을 ‘생산 최적화’ 단계로 고도화하고, 지능형 제조로봇도 상용화하기로 했다. 글로벌 기술경쟁이 치열한 자율주행차 기술과 관련, 2020년 고속도로 준자율주행차(돌발상황 시 운전자 개입)를 조기 상용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산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4차 산업혁명 대응 계획이 정부가 그동안 내놓은 지능화 정보 사회 추진 전략의 짜깁기 대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구체적인 규제 완화 정비 계획이 포함되지 않은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