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6년5개월 만에 통화정책 방향을 틀었다. 상당 기간 지속된 초(超)저금리를 끝내고 인상 쪽으로 선회했다. 경제 회복에 자신감이 생겼다는 방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진한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돈을 풀었던 ‘유동성 잔치’는 막을 내리게 됐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30일 정례회의를 열어 연 1.25%인 기준금리를 연 1.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은이 마지막으로 금리를 올린 건 2011년 6월10일(연 3.0%→연 3.25%)이다. 이후 경기 대응을 위해 0.25%포인트씩 여덟 차례 금리를 인하해 지난해 6월9일엔 연 1.25%까지 내린 뒤 17개월간 초저금리를 유지했다.
막 내린 초저금리 시대… 이주열 "추가인상엔 신중"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리 인상 직후 열린 설명회에서 “국내 경제 회복세를 반영해 그동안 저성장과 저물가에 대응하던 통화정책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은 경제에 대한 자신감의 반영이지만 실물 경제에는 적잖은 부담 요인이기도 하다. 당장 14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에 비상등이 켜졌다. 금리 상승이 본격화하면 원리금 상환조차 버거운 한계가구 100만 명이 직격탄을 맞는다. 한은에 따르면 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2조3000억원 늘어난다.

가파른 최저임금 상승으로 가뜩이나 비용 부담이 커진 영세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도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빚 부담이 커지면 그만큼 가계의 소비 여력은 줄어든다. 금리 인상이 간신히 불붙은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금리 인상 속도는 완만할 것이라는 게 시장 참여자들의 예상이다. 이 총재도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고려해 “추가 금리 인상은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이 금리 인상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년에 한두 차례 추가 인상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금융시장 동향을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인상을 계기로 금융회사들이 시장금리 및 조달금리 상승과는 무관하게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일이 없도록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