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금융위가 낳은 CEO 승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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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은 금융부 기자 jeong@hankyung.com
“최고경영자(CEO) 곁에 유력 경쟁자를 뒀다가 암투가 벌어지면 누가 책임집니까.”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지주회사 연임과 관련해 꺼낸 얘기를 듣고 한 은행 임원이 내놓은 반응이다. 최 위원장은 지난 29일 브리핑 중 금융계 CEO 인사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CEO가 유력 경쟁자를 다 인사 조치해서 ‘대안이 없다’는 식으로 연임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만든다면 중대한 직무유기”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본인 이후 경영 공백 없이 승계작업이 제대로 이뤄지게 하는 것이 CEO의 책무”라고도 지적했다.
이 발언 후 금융계엔 CEO의 승계작업을 둘러싸고 몇 가지 논란이 불거졌다. 먼저 정부가 특정 인물을 ‘찍어내기’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금융계에선 최 위원장이 KB금융그룹이나 하나금융그룹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른 금융회사는 최근 인사 이슈가 없기 때문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지적이란 비판도 나온다. 금융회사의 경쟁력과 조직 안정성을 위해서는 CEO의 유력 경쟁자를 배제하는 게 당연하다는 이유에서다. 소위 ‘머리 굵은’ 사람이 여럿이면 그 조직은 분열, 줄타기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물론 미래를 대비해 승계작업에 신경써야 한다는 최 원장의 취지에 일리가 있다는 의견도 많다. 한국에선 후계자 발굴이나 육성 프로그램을 제대로 갖춘 금융회사를 찾아보기 힘들다. 반면 주요 선진국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영 승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사항을 상장규정 또는 모범규준으로 삼고 있다. 미국은 기업 지배구조 지침에 경영 승계 계획에 관한 사항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명시해놨다.
이런 좋은 취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할 방법은 없었을지 아쉬움이 남는다.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는 갑작스러운 지적보다는 금융당국 차원에서 큰 그림을 제시했다면 어땠을까. 예컨대 승계 프로그램 등 현실적인 방안을 내놓으면서 말이다. 어쩌면 환영받았을지도 모른다. 가뜩이나 회사 내부보다 외부 출신 CEO가 많아 매번 ‘낙하산 논란’에 몸살을 앓는 한국 금융계가 아닌가.
정지은 금융부 기자 jeong@hankyung.com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지주회사 연임과 관련해 꺼낸 얘기를 듣고 한 은행 임원이 내놓은 반응이다. 최 위원장은 지난 29일 브리핑 중 금융계 CEO 인사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CEO가 유력 경쟁자를 다 인사 조치해서 ‘대안이 없다’는 식으로 연임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만든다면 중대한 직무유기”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본인 이후 경영 공백 없이 승계작업이 제대로 이뤄지게 하는 것이 CEO의 책무”라고도 지적했다.
이 발언 후 금융계엔 CEO의 승계작업을 둘러싸고 몇 가지 논란이 불거졌다. 먼저 정부가 특정 인물을 ‘찍어내기’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금융계에선 최 위원장이 KB금융그룹이나 하나금융그룹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른 금융회사는 최근 인사 이슈가 없기 때문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지적이란 비판도 나온다. 금융회사의 경쟁력과 조직 안정성을 위해서는 CEO의 유력 경쟁자를 배제하는 게 당연하다는 이유에서다. 소위 ‘머리 굵은’ 사람이 여럿이면 그 조직은 분열, 줄타기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물론 미래를 대비해 승계작업에 신경써야 한다는 최 원장의 취지에 일리가 있다는 의견도 많다. 한국에선 후계자 발굴이나 육성 프로그램을 제대로 갖춘 금융회사를 찾아보기 힘들다. 반면 주요 선진국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영 승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사항을 상장규정 또는 모범규준으로 삼고 있다. 미국은 기업 지배구조 지침에 경영 승계 계획에 관한 사항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명시해놨다.
이런 좋은 취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할 방법은 없었을지 아쉬움이 남는다.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는 갑작스러운 지적보다는 금융당국 차원에서 큰 그림을 제시했다면 어땠을까. 예컨대 승계 프로그램 등 현실적인 방안을 내놓으면서 말이다. 어쩌면 환영받았을지도 모른다. 가뜩이나 회사 내부보다 외부 출신 CEO가 많아 매번 ‘낙하산 논란’에 몸살을 앓는 한국 금융계가 아닌가.
정지은 금융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