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개정을 놓고 정부가 혼선을 빚고 있다. ‘선물 상한액 5만원’을 농축수산물에 한해 10만원으로 올리고, 경조사비는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내리자는 법 시행령 개정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다. 선물 5만원 규정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처음 밝힌 사람은 이낙연 총리였다. 농어민단체 관계자들에게 한 공개 언급이었다. 하지만 이 법의 주무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의 전원위원회는 개정안을 부결시켰다. 다른 몇 건의 청탁금지법 개정안은 다 가결됐으나 총리가 언급한 사항만 부결돼 ‘공수표 날린 총리’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그제 이 총리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당초 계획대로 권익위가 재의결할 것”이라고 다시 밝혔고, 권익위도 어제 이 같은 사실을 발표했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모양새부터 사납다.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를 채택한 권익위의 원칙도 흔들릴 판이다. 이런 일이 몇 차례 반복되면 총리는 치사나 읽는 ‘대독(代讀)총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게 더한 우려다.

정부 내 토론 과정에서는 찬반 주장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부처 간, 기관 간, 부서 간의 생산적인 논쟁은 치열할수록 좋다. 하지만 결론이 난 뒤에는 분명하고 정리된 메시지여야 한다. 쟁점이 살아있고, 논의도 더 필요하다면 당국자들의 언급은 절제되는 게 맞다. 청탁금지법처럼 시행 이후에도 법의 취지와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곳곳에서 개정 요구가 이어지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법에 대한 신뢰, 정부의 신뢰 문제로 이어지는 사안이다.

이 법 개정만이 아니다. 사드 배치, 대중(對中) 외교 등에서 외교부와 국방부 사이에서도 불협화음이 드러났다. 부동산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하면서는 국토교통부와 몇몇 시·도 사이에 혼선이 있었다. 새로 출범한 중소벤처기업부와 대기업 위주의 산업정책을 담당해온 산업통상자원부 사이에서도 얼마든지 발생 가능한 일이다. 업무가 겹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도 늘 조심해야 할 대목이다. 정책 혼선은 칸막이 행정, 부처별 기득권, 규제중심 행정과 무관치 않다는 점에 공직사회는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