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올리면서 '비둘기' 띄운 이주열… "불확실성 여느 때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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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 '속도조절' 예고
"완화 축소로 방향 잡았지만 고려할 요인 많아"
금통위원 1명은 '금리 동결' 소수의견 제시
시장에선 대부분 내년 '한 차례만 인상' 전망
![< 올해 마지막 금통위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서울 태평로 한은 본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1.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https://img.hankyung.com/photo/201711/AA.15330302.1.jpg)
이주열 한은 총재가 30일 금리 인상 결정 직후 열린 설명회에서 “금리정책 방향 자체는 완화 축소로 잡았지만 고려할 요인이 아주 많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 총재는 “경기와 물가를 가장 중시한다”면서도 “국제 경제 여건 변화나 북한 리스크 등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항공모함’ 방향 튼 한국은행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연 1.25%→1.50%) 결정은 시장의 예상대로였다. 시장금리는 금리 인상을 미리 반영해 지난달부터 뛰기 시작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 2%를 훌쩍 뛰어넘은 상황이었다. 이 총재가 지난 6월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금리 인상 신호를 준 지 5개월 만의 결정이기도 하다.
이성태 전 한은 총재는 재임 시절 “통화정책 변경은 항공모함이 방향을 바꾸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만큼 방향을 틀기 어렵고, 한 번 바꾼 방향은 되돌리기도 어렵단 얘기다. 한은이 ‘항공모함’의 방향을 튼 건 무엇보다 한국 경제가 완연한 회복 조짐을 나타내서다. 이 총재는 “앞으로 소비와 설비투자 등 내수가 완만한 개선세를 이어가고 수출도 세계 경기 회복세 확대, 대중 교역 여건 개선 등으로 호조를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주요 변수였다. 미국이 다음달 금리를 올리면 연 1.25~1.50%가 된다. 한국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한·미 간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해 자본이 급격하게 유출될지 모른다는 얘기다. 1400조원 이상으로 불어난 가계부채도 금리 인상의 배경이 됐다.
![금리 올리면서 '비둘기' 띄운 이주열… "불확실성 여느 때보다 크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711/AA.15331861.1.jpg)
시장의 관심은 앞으로 금리 인상 속도와 폭에 쏠리고 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도록 인상 속도와 폭이 완만하게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 총재도 “앞으로 통화정책은 완화 기조를 유지하되 국내외 여건 변화와 성장세, 물가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추가조정 여부를 신중히 판단할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 신중하게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금통위에서 만장일치로 금리 인상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점에도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총 7명의 금통위원 중 조동철 위원은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금리를 인상하기엔 현재 경기 회복세가 약한 데다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성장해 경제 전반에 온기가 확산하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완만한 금리 인상 전망
전문가들은 한은이 내년에 금리를 추가로 한두 차례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말이면 금리가 연 2%에 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대 세 차례 인상을 전망하는 전문가도 있지만 금통위 내 이견 등을 이유로 한 차례 인상을 예상하는 의견이 더 많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은이 시장 예상보다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인 신호를 강하게 줬다”며 “내년 3월 말인 이 총재 임기 내 추가 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 임기 중 금통위 정례회의는 내년 1월18일과 2월27일 두 차례 예정돼 있다. 마지막 금리 인상기였던 2010년에는 7월 인상 후 4개월 뒤에 추가 인상이 단행됐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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