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시동을 건 2010년. 한은은 금리 인상의 근거로 ‘장작론’을 폈다. 당시 부총재였던 이주열 총재는 “날씨가 영하 20~30도까지 떨어질 줄 알고 아궁이에 장작을 왕창 집어넣었는데, 알고 보니 0도더라. 장작을 한두 개쯤 빼도 된다”고 했다.

최악의 경기 침체를 예상하고 금리를 급하게 내렸는데 실제 경기가 그 정도로 나쁘지는 않으니 금리를 조금 올려도 된다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금리 인상에도 통화정책은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했다. 한은은 이후 1년 만에 금리를 연 2.00%에서 연 3.25%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실제 경기는 한은의 기대와 정반대로 움직였다. 국내외 경기가 침체되면서 한은은 올린 금리를 다시 내려야 했다. 단순히 원위치한 게 아니라 사상 최저인 연 1.25%까지 낮췄다. 원래 ‘매파(긴축적 통화정책 지지)’ 성향이 강했던 이 총재는 2014년 4월 취임 후 지난해 6월까지 2년2개월간 모두 다섯 번에 걸쳐 금리를 인하(연 2.50%→연 1.25%)했다.

그로부터 1년5개월 만인 30일 이 총재는 임기만료 4개월을 남기고 취임 후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했다. 여기엔 ‘올해 3% 성장이 확실시된다’는 자신감뿐 아니라 ‘금리를 올려도 경기 회복에 지장이 없을 것’이란 믿음이 깔려 있다. 이 총재는 이미 수차례에 걸쳐 “현재 금리 수준도 충분히 완화적”이라고 했다. 장작론을 연상시키는 말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14일 정부, 한은과 연례협의 후 “(금리를) 두 번 인상해도 한은의 통화정책은 상당히 완화적”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우려의 시각도 만만치 않다. 당장 내년에도 3%대 성장이 가능할지 불확실하다. 초호황인 반도체를 빼면 오히려 ‘경기가 더 나쁘다’는 기업도 적지 않다. 원화 강세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의 체감경기는 나빠지고 있다. 14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는 ‘시한폭탄’이 됐다. 이번 금리 인상이 우리 경제에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이 총재의 장작론도 시험대에 올랐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