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3당 원내지도부가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쟁점 예산에 대해 최종 협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원회 의장,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 의장, 김광림 한국당 정책위 의장. 연합뉴스
여야 3당 원내지도부가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쟁점 예산에 대해 최종 협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원회 의장,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 의장, 김광림 한국당 정책위 의장. 연합뉴스
여야가 30일 내년 예산안 처리 방향을 놓고 협상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국회법은 정부 새해 예산안이 11월30일까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12월1일 본회의에 자동으로 올라가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산안 처리 1차 시한을 넘긴 것이다. 예산안 자동 부의를 규정한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예산안이 법정 처리 시한(12월2일) 내에 통과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무원 증원 예산 벼랑 끝 공방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등 3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9시40분께까지 마라톤협상을 벌였다. 공무원 증원, 최저임금 인상분 지원을 위한 일자리 안정자금, 아동수당, 기초연금, 건강보험 재정, 남북협력기금,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과 법인세·소득세 인상 법안 등 9가지 쟁점을 놓고 절충을 시도했다.

공무원 증원 예산 5322억원이 최대 쟁점이었다. 전체 예산 429조원의 0.1%에 불과한 공무원 증원 예산에 막혀 출구를 못 찾은 것이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협상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공무원 증원이) 필요한 이유를 충분히 설명했는데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공무원 예산 쪽은 전혀 타협이 안 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야는 최저임금 인상분 지원을 위한 일자리 안정자금 예산 3조원을 놓고도 공방을 벌였다. 최저임금 지원 예산을 줄이는 대신 근로장려세제(EITC)를 확대해 저소득 가구를 지원하자는 국민의당의 제안이 있었지만 최종 합의에는 실패했다. 만 0~5세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주는 아동수당 예산을 놓고도 평행선을 달렸다.

◆2일 낮 12시 시한으로 협상 계속

남북협력기금에서는 접점을 찾았다. 황주홍 국민의당 예결위 간사는 “남북협력기금 1조462억원 가운데 800억원가량을 삭감해 9624억원을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기초연금 월 5만원 인상은 시행 시기를 늦춰 예산을 축소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기초연금에 대해선 (여당이) 야당 의견을 받을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도 “기초연금은 야당안을 수용할지 얘기했다”며 합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초대기업 법인세 인상과 초고소득층 소득세 인상 법안 중에선 소득세 인상에 대해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소득세는 부자 증세를 하는 것이 맞다는 (여당 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다”며 “그러나 작년에도 소득세법을 개정했으니 시행 시기를 늦추자는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여야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자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3당 원내대표와 긴급히 만나 예산안 본회의 자동 부의를 2일 낮 12시까지 연기하기로 했다. 여야가 논의할 시간을 하루 더 벌었지만, 2일 낮 12시까지도 합의안을 내놓지 못할 경우 내년 예산안은 법정 처리 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 의장은 세법 개정안 등 21건을 본회의 자동 부의 법안으로 선정했다. 법인세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22%에서 25%로 높이는 법인세법 개정안과 소득세 과표 3억~5억원 구간 세율을 38%에서 40%로, 5억원 초과 구간 세율을 40%에서 42%로 높이는 소득세법 개정안 등 정부가 제출한 증세 법안이 포함됐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소속 의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있다”며 “12월1일과 7, 8일에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과 법안을 처리한다”고 했다. 국외 활동 자제도 당부했다.

서정환/유승호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