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해고 우려에 '자동퇴직' 조항까지…대학도 재정조달 부담
강사법 시행 또 유예, 벌써 4번째… "누구도 환영 안 해"
일명 '강사법'으로 불리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시행을 불과 한 달 앞두고 또다시 유예됐다.

이번이 벌써 4번째다.

국회 교육문회체육관광위원회는 1일 전체회의를 열어 내년 1월1일로 예정돼 있던 강사법 시행을 1년 더 미루기로 했다.

교육부는 '폐기' 또는 '2년 유예'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강사법은 일주일에 9시간 이상 강의하는 전업 대학강사에게는 교원지위를 부여하고 임용 기간도 1년 이상 보장해주는 것이 골자다.

2010년 광주의 한 대학강사가 '교수의 논문을 대필해줬다'는 등 처지를 비관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해 사회적 조명을 받으면서 이듬해 11월 강사법 개정안이 마련됐다.

강사법은 애초 2013년 시작과 함께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강사의 처우·지위를 개선한다는 취지와 달리 '대량해고' 사태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2012년 11월 처음으로 시행이 유예됐다.

법이 시행되면 대학들이 강사에게 주당 9시간 미만 강의만 맡기거나 강사 1명을 1년 이상 임용하는 대신 그에게 강의를 몰아줘 다른 강사들과 계약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새로 정해진 시행일은 2014년 1월 1일이었다.

하지만 강사법은 이를 하루 앞둔 2013년 12월 31일, 시행일이 2016년 1월로 다시 2년 미뤄졌다.

2015년 말일에도 똑같은 일이 반복돼 2018년 1월 1일로 시행일이 늦춰졌다가 이번에 1년 더 연기됐다.

2015년 유예 시 국회는 교육부에 대안 마련을 요구했고 교육부는 이듬해 10월 보완된 강사법을 입법예고했다.

보완 강사법은 강사를 교수 등과 같은 법적 교원으로 규정하고 임용 기간은 1년 이상을 원칙으로, 계절학기 수업 강사나 기존 강의자가 퇴직·휴직·징계로 자리를 비우면서 이를 대체하는 강사 등은 1년 미만도 가능하도록 했다.

또 보완 강사법에는 임용 기간이 끝나면 자동 퇴직하도록 한 조항도 담겼다.

강사들은 1년 미만으로 임용할 수 있는 예외가 많다는 점과 자동 퇴직 조항 등을 들어 보완 강사법을 '개악 중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대학들도 강사법 시행에 따른 강사 처우개선 재정 마련에 부담을 느끼면서 이 법은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법'으로 전락했다.

강사 대신 법정 교원확보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초빙·겸임교원을 늘리는 움직임이 대학들 사이에서 나타나면서 강사 해고사태가 일부 현실화하기도 했다.

실제 대학강사 수는 2011년 10만3천여명에서 작년 7만9천200여명으로 줄었다.

현재는 정부조차 강사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30일 대학평가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이튿날 교문위에서 강사법이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 이날 교문위가 열리기 직전까지 강사법을 폐지하기로 여야와 정부 간 협의가 사실상 끝났으나 막판에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유성엽 교문위원장은 "시행 목전인 12월이 돼서야 급하게 시행을 유보하는 일이 또 되풀이됐다"며 "전임교원 충원율을 높이는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집중해달라"라고 정부에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