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타인마이어 대통령 주재 회동…언론 "참석자들, 회동내용 언급 안해"
독일 대연정 협상 여부 '탐색전'…메르켈-슐츠 회동
독일의 연립정부 구성 문제를 놓고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마르틴 슐츠 사회민주당 대표가 30일(현지시간) 회동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 초청으로 열린 회동에는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의 자매당인 기독사회당의 호르스트 제호퍼 대표도 참석했다.

회동은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 밤 10시 30분께 끝났다.

현지언론 슈피겔 온라인과 포쿠스 온라인 등은 참석자들이 회동 내용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대연정 협상 여부와 관련해 각 당의 입장이 상당히 조심스럽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민·기사 연합은 자유민주당 및 녹색당과의 연정 협상 실패 후 사민당과의 대연정 구성에 목을 매고 있다.

사민당은 연정 협상 실패 후 벌어진 정치적 대혼란 때문에 대연정 협상 가능성을 열어놓았지만,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다.

기민·기사 연합과 사민당은 현재 메르켈 3기 내각에서 대연정에 참여했지만, 지난 9월 총선에서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얻은 탓이다.

이후 중도좌파인 사민당은 제1야당을 선언하면서 진보 정체성의 확립 작업에 착수했다.

사민당 내 청년 당원 조직인 '유소스'는 연정 협상 실패 후 대연정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사민당 내부에선 메르켈 총리가 기민·기사 연합 중심으로 과반 의석이 미달하더라도 소수 정부를 꾸리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는 사민당이 정부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의회에서 상당히 협조적일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이 때문에 이날 회동에서 대연정 협상 참여 여부에 대한 명확한 언급은 없었을 것이라는 게 현지언론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대연정 협상파로 알려진 사민당 소속의 지그마어 가브리엘 장관은 공영방송 ZDF와의 인터뷰에서 "(대연정) 가능성을 주시할 필요성은 있지만, 빠르게 그렇게 되길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연정 성사의 열쇠를 쥔 사민당의 입장은 내달 7일부터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알렉산더 가울란트와 알리체 바이델은 공동 원내대표와 15분가량 면담을 했다.

연정 협상 실패 후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각 당 지도부를 만나면서 정국 수습에 나선 행보의 일환이다.

가울란트와 바이델 원내대표는 연방의회에서 제기되는 합리적인 제안에 대해서는 거절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AfD는 이미 의회에서 연방군의 해외 파병 기간 연장안에 대해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메르켈 총리는 국정운영과 관련해 AfD와는 협력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회담이 열린 대통령궁 앞에서 시민 100여 명은 독일이 제초제 '글리포세이트'의 유럽연합(EU) 내 생산 연장안에 찬성표를 던진 데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기사당 소속의 크리스티안 슈미트 식품농업부 장관이 글리포세이트의 생산 연장에 찬성한 것을 놓고 사민당은 강력히 반발했고, 메르켈 총리도 정부 방침과 어긋난다며 슈미트 장관을 질타했다.

글리포세이트의 생산 허가 문제는 사민당 내 대연정 반대파에게 상당히 명분을 실어주면서, 대연정 성사의 변수로 떠올랐다.
독일 대연정 협상 여부 '탐색전'…메르켈-슐츠 회동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