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일터혁신과 지역일자리 콘퍼런스’가 지난달 30일 서울 상암동 중소기업DMC타워에서 열렸다. 앞줄 오른쪽부터 이정식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안경덕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 랜달 에버츠 미국 업존연구소장.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2017 일터혁신과 지역일자리 콘퍼런스’가 지난달 30일 서울 상암동 중소기업DMC타워에서 열렸다. 앞줄 오른쪽부터 이정식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안경덕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 랜달 에버츠 미국 업존연구소장.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산업용 밸브제조업체 아성플라스틱벨브는 국내 소방배관업계 1위 강소기업이지만 경기 안산에 있는 탓에 젊은 직원들을 채용해도 이직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특히 금형, 해외 영업 등 특정 직무는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였다. 외부 환경도 만만치 않았다.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고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인건비 부담은 날로 늘었다.

이 회사가 찾은 해답은 ‘직무급’이었다. 2011년 노사발전재단의 ‘일터혁신컨설팅’을 받아 복잡한 임금체계를 단순화했다. 직무 평가를 통해 ‘가’~‘마’의 5개 등급으로 나눴다. 이를테면 회사의 핵심 연구직인 금형연구 분야는 ‘가’등급으로, 생산직은 ‘마’등급으로 나눴고 이에 따라 임금을 차등 적용했다. 다만 향후 교육 성과와 업무평가에 따라 언제라도 상위 등급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직원들의 직무 이해도가 높아지고 동기유발 효과도 커지다 보니 젊은 직원들 이직이 줄고 생산성이 크게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노사발전재단과 고용노동부가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사가 후원한 ‘2017 일터혁신과 지역일자리 콘퍼런스’에선 이같이 일터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린 중소기업 사례가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30일 열린 이 행사에는 기업 최고경영자(CEO) 및 국내외 학계 전문가, 노사단체 관계자 및 지방자치단체 일자리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정식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은 개회사에서 “최근 경기 불황과 취업난이 세계적인 공통 과제로 대두되면서 각국에서 일터 혁신과 지역일자리 창출이 주목받고 있다”며 “일터 혁신은 노사가 서로 협력해 기업의 생산성과 근로자 삶의 질을 동시에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의 공항여객서비스업체 이스타포트 사례도 주목받았다. 이스타포트는 저비용 항공사인 이스타항공 자회사로 2015년 설립됐다. 이 회사 장연선 부장은 “공항 지상서비스업 특성상 근무시간이 불규칙하고 이직률이 상당히 높았다”며 “부족한 인원을 비정규직으로 채우다 보니 비정규직 비율이 높아지고 차별 문제도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지난해 통합진단을 통해 찾은 해결책은 비정규직의 일방적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 평가형 전환이었다. 컨설팅을 통해 직무평가 시스템을 구축한 후 1년간 평가를 거쳤고, 그 점수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채용 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이었다. 이를 통해 지난 9월1일 비정규직 68명이 정규직으로 바뀌었다. 전환 절차가 투명하고 공정하다는 평가를 얻다 보니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기존 정규직 직원들 거부감도 크게 줄었다.

이날 콘퍼런스에서 발표된 올해 일터혁신지수를 보면 상급노조 미가입 기업들이 생산성 등 각 부문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복수노조 가입 기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가입 기업 순이었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 가입 노조는 생산성 등의 순위가 가장 낮았다. 산별노조 활동이나 정치 등 대외 이슈보다는 사내 직원 복지에 집중하는 노조일수록 그 기업의 생산성도 높다는 얘기다. 2009년부터 매년 공개되는 일터혁신지수는 노사관계 및 인적자원 관리, 인적자원 개발, 작업조직 등 생산성을 나타내는 부문별 우수성을 가늠하는 지수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