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계가 최근 한 달 사이 싱가포르와 중국에 10억달러가량의 고부가가치 해양플랜트와 선박 일감을 뺏겼다. 세계 1등이라고 자부하던 분야에서 잇달아 패하면서 취약한 원가경쟁력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노르웨이 국영석유회사 스타토일은 대우조선해양의 수주가 유력하던 5억7000만달러 규모 부유식 원유 생산설비(FPSO)를 돌연 싱가포르 2위 해양플랜트업체 샘코프마린에 발주하기로 했다. 대우조선보다 8000만달러 저렴한 4억9000만달러대를 기습 제안하면서 순식간에 판도가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도 팬오션에서 총 4억8000만달러 규모의 초대형 광석운반선(VLOC) 여섯 척을 수주할 예정이었지만 중국 조선업체의 저가 공세에 발목이 잡혔다.

업계 관계자는 “차별화된 기술력을 앞세워 고부가가치 선박시장을 공략한다는 국내 조선업계의 차별화 전략이 먹히지 않고 있다”며 “구조조정 압박까지 겹치며 업계 전체가 충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