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의 국회 처리가 법정시한인 지난 2일 무산된 가운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3당 간사들이 3일 국회에서 물밑협상을 이어갔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3일 오전 한산한 서울 여의도 국회 전경.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새해 예산안의 국회 처리가 법정시한인 지난 2일 무산된 가운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3당 간사들이 3일 국회에서 물밑협상을 이어갔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3일 오전 한산한 서울 여의도 국회 전경.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429조원에 달하는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시한(12월2일) 내 처리가 무산됐다. 이로써 국회는 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법으로 정한 예산안 처리 기한을 넘기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됐다.

여야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2018년도 예산안의 막판 타결을 시도했으나 공무원 증원 규모 등 주요 쟁점에 대한 이견으로 본회의 표결이 끝내 무산됐다. 내년도 예산안이 법정 처리시한을 넘긴 것은 4년 만이다. 연말마다 반복되던 몸싸움 국회를 막기 위해 예산안의 처리 기한을 못 박은 국회법을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여야는 예산안 법정시한 처리 불발에 대한 비판을 의식, 3일에도 물밑협상에 나섰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공무원 증원에 첨예한 대립

내년 1만2000명 공무원 증원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안정자금을 두고 여야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은 각각 7000명, 9000명 선으로 증원 규모를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장 공무원 충원은 ‘사람 중심의 예산’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상징 정책이라며 약 1500명을 줄인 1만500명 선을 마지노선으로 삼고 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일선에서 지키는 현장 공무원 규모를 정부안에서 더 이상 줄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주먹구구식 추계에 의한 공무원 증원 요구는 미래세대에 엄청난 부담을 지울 수 있으므로 받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공무원 증원 규모 축소에 대한 여당의 전향적 양보 없이는 재협상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자리 안정자금 규모와 시행 기간을 둘러싼 협상도 좀체 진도를 못 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피해를 보는 중소영세사업자 직접지원금 3조원, 간접지원금 1조원 등 4조원의 예산 반영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당과 국민의당은 1년 한시 지원과 지원금 규모를 1조5000억원으로 삭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지원금 규모를 절반으로 줄여서 한시적으로 해본 뒤 보완하자는 야당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고 있어 협상이 교착상태”라고 지적했다.

◆아동수당 ‘역차별 논란’

기초연금 인상, 아동수당, 건강보험재정, 소득세법, 법인세법 개정안 등 나머지 6개 쟁점은 상당 부분 의견차를 해소했다. 이 가운데 소득 상위 10%층을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아동수당 합의안은 새 논란을 낳고 있다. 정부·여당은 당초 내년 7월부터 보호자의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0~5세 아동 1명당 월 10만원씩 지급하는 아동수당 1조5207억원을 예산안에 반영했으나 한국당과 국민의당이 부유층에 대한 아동수당 지급을 반대해왔다. 여야는 협상 끝에 아동수당 지급 시기를 내년 4분기로 늦추고 대상에서 소득 상위 10%를 제외하기로 잠정합의했다. 이는 세금을 많이 내는 소득 상위층이 불이익을 받는 역차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보편적 복지정책과도 상충한다는 지적이다. 우 원내대표는 “(아동수당) 대상에서 상위 10%를 제외하기로 한 것은 단지 10%를 양보한 게 아니라 보편적 복지라는 큰 원칙을 바꾼 것”이라면서 “여당이 크게 양보했으면 야당도 그에 걸맞은 타협안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기초연금 인상(5만원 인상)은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당초 내년 4월에서 내년 4분기로 시행 시기를 늦추고, 초고소득층 증세가 핵심인 소득세법(과표 3억~5억원 세율 38%→40%, 5억원 초과는 세율 40%→42%) 개정안도 1년 유예하는 선에서 의견 접근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과표 2000억원 초과 대기업의 세금을 올리는 법인세 개정안은 여당의 3%포인트 인상(22%→25%)과 야당의 1%포인트 인상안(22%→23%)을 놓고 막판 조율 중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