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든은 지난 1일 개막한 이번 개인전에서 태피스트리 신작 12점을 선보인다. 기하학적 원색 도형들이 가로·세로·대각선 방향으로 인접하며 작품 속에 이리저리 배치돼 있다. 거리를 두고 보면 추상화 회화와 느낌이 비슷하다. 가까이에서 보면 직조물이라는 소재가 주는 따뜻하고 포근한 질감을 느낄 수 있다. 실 색깔은 빨간색, 분홍색, 초록색 등 밝은 느낌을 주는 것을 주로 사용했다.
작가는 태피스트리 작품을 통해 회화, 일러스트레이션, 직조 등 3가지 요소의 조화를 시도했다. 그의 작품은 액자에 넣어서 벽에 걸어놓고 감상하는 것으로서 기본적으로 ‘회화’의 성격이 강하다. 작품에서 진한 원색과 기하학적 도형이 강조돼 ‘일러스트레이션(삽화나 도안 풍의 그림)’의 느낌도 있다. 그의 작품은 베틀과 실을 이용한 ‘직조’로 만들어진다는 특징이 있다. 웨든은 “세 요소 간 경계를 넘어서면서도 각 요소의 특성이 살아나도록 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웨든의 작품에는 ‘작품을 만드는 것은 노동과 기술’이라는 고전적 예술관이 녹아있다. 태피스트리는 오랜 시간 동안 많은 노동력을 들여야 완성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예술 본연의 가치를 찾아내고 구현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웨든은 평소에 정치적 상황이나 국제 정세에 대한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관점을 표현한 작품을 주로 만들었으나 이번 전시회에서는 밝은 느낌의 작품을 내걸었다. 부정에서 긍정으로 그의 세계관이 바뀐 게 작품에 반영됐다.
웨든의 작품은 루벨가재단을 포함해 마르시아노미술재단, 루이비통재단 등 해외 유명 콜렉터가 소장하고 있다. 캐나다 벤쿠버의 현대미술갤러리, 일본 군마현의 군마현대미술관, 캐나다 에드먼턴의 알버타미술갤러리, 영국 런던의 캠든아트센터, 브라질의 쿠리치바비엔날레 2017 등에서 작품을 선보인 적이 있다. 박경미 PKM갤러리 대표는 “웨든의 작품은 현대미술과 전통공예의 경계를 허문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