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여성 비율'에 발목잡힌 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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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새 정부가 출범한 지 7개월여가 지났지만 아직 멤버 구성조차 되지 않은 정부 위원회가 수두룩하다. 일자리위원회 북방경제협력위원회 4차산업위원회 정책기획위원회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국민경제자문회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등 국정의 핵심 축이 될 것으로 평가되던 자문회의도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다. 이들 위원회가 멤버 구성에 차질을 빚는 데는 공통된 이유가 있다. 정부 방침인 ‘여성 위원 비율 40%’를 맞추기 어렵다는 점이다. 일자리위원회 산하 전문위의 경우 노동계, 경영계, 학계 등의 전문가 15명 내외로 구성한다. 위원회 참석 인사는 “노동계, 재계의 여성 인력 추천이 부진하다 보니 학계에서 중점적으로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점은 정부 부처 인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한 여성 중앙부처 고위 간부는 최근 사석에서 “정부 관계자로부터 (직책을 맡아달라고) 연락이 와 처음에 거절했더니 다시 전화가 와서 ‘우린 여자가 필요하다’고 노골적으로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여성 인재 등용이 정부 각 부처를 평가하는 우선순위가 되다 보니 부처들은 앞다퉈 ‘유리천장 깨기’를 홍보하느라 여념이 없다. 고용노동부는 얼마 전 ‘공직사회 유리천장 혁파 실천’이라는 제목으로 국장급 인사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러면서 “새로 승진한 김모 청장이 고용부 역사상 7급 공채 출신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고위 공무원에 승진했다”며 파란색 글씨로 강조했다. 하지만 고용부엔 이미 9급 공채 출신 여성 고위 공무원 사례가 있다. 9급이 깨뜨린 유리 천장을 7급이 또 깼다고 이같이 제목을 달 필요가 있었을까.
현 정부의 양성 평등에 대한 관심과 노력은 과거 정부와 분명히 차별화돼 있다. 여성으로서 매우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여성 비율 40%의 단기 성과를 내기 위해 국정 과제가 표류하는 수준이어서는 곤란하다. 정부 위원회는 저마다의 고유 목적이 있고 거기에 필요한 인재들이 가야 한다. 제대로 된 ‘여성 전문가’를 뽑기 어렵다면 일단 ‘전문가’부터 뽑아 위원회를 가동하고 차후에 여성 인력을 보강하면 된다. ‘여성 고위 공무원 탄생’에 ‘최초’라는 단어를 붙여 가며 띄우려는 부처의 모습은 어찌 보면 애달프기까지 하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이런 문제점은 정부 부처 인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한 여성 중앙부처 고위 간부는 최근 사석에서 “정부 관계자로부터 (직책을 맡아달라고) 연락이 와 처음에 거절했더니 다시 전화가 와서 ‘우린 여자가 필요하다’고 노골적으로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여성 인재 등용이 정부 각 부처를 평가하는 우선순위가 되다 보니 부처들은 앞다퉈 ‘유리천장 깨기’를 홍보하느라 여념이 없다. 고용노동부는 얼마 전 ‘공직사회 유리천장 혁파 실천’이라는 제목으로 국장급 인사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러면서 “새로 승진한 김모 청장이 고용부 역사상 7급 공채 출신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고위 공무원에 승진했다”며 파란색 글씨로 강조했다. 하지만 고용부엔 이미 9급 공채 출신 여성 고위 공무원 사례가 있다. 9급이 깨뜨린 유리 천장을 7급이 또 깼다고 이같이 제목을 달 필요가 있었을까.
현 정부의 양성 평등에 대한 관심과 노력은 과거 정부와 분명히 차별화돼 있다. 여성으로서 매우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여성 비율 40%의 단기 성과를 내기 위해 국정 과제가 표류하는 수준이어서는 곤란하다. 정부 위원회는 저마다의 고유 목적이 있고 거기에 필요한 인재들이 가야 한다. 제대로 된 ‘여성 전문가’를 뽑기 어렵다면 일단 ‘전문가’부터 뽑아 위원회를 가동하고 차후에 여성 인력을 보강하면 된다. ‘여성 고위 공무원 탄생’에 ‘최초’라는 단어를 붙여 가며 띄우려는 부처의 모습은 어찌 보면 애달프기까지 하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