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 ‘대장주’로 최근 등극한 이마트가 굳히기에 들어갔다. 종전 대장주였던 롯데쇼핑이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이후 비틀대는 사이 시가총액 부문에서 역전에 성공한 이마트가 격차를 더 벌려 나가고 있다.

'유통 대장주' 굳히는 이마트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마트는 1500원(0.56%) 오른 26만7500원에 마감했다. 10월 이후 28.30% 올랐다. 이날 시가총액은 7조4568억원으로, 롯데쇼핑(5조9056억원)보다 26.26%(1조5512억원) 높다. 신세계백화점 등을 운영하는 신세계의 시가총액(2조8551억원)을 합치면 10조원이 넘는다. 롯데쇼핑에는 대형마트(롯데마트) 사업이 포함돼 있다.

롯데그룹 오너 일가의 분쟁이 한창이던 2015년 8월 롯데쇼핑이 일시적으로 이마트에 대장주 자리를 넘겨줬던 적은 있었지만, ‘1회성 이벤트’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올 들어 두 종목 간 시가총액 격차가 점차 줄어들더니 이마트가 롯데쇼핑을 추월한 지난달 13일 이후엔 이마트가 새 유통 대장주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두 종목의 희비를 가른 핵심요인은 중국 사업이다. 일찌감치 중국 사업 비중을 줄인 이마트는 올해 롯데쇼핑을 괴롭힌 사드 보복 여파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작년에 2000억원 규모였던 롯데쇼핑의 해외사업 영업적자는 올 들어 3분기까지 1840억원을 기록했다.

사업부 실적도 차이가 났다. 롯데쇼핑은 지주사 전환을 하는 과정에서 이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롯데카드(신용카드)와 세븐일레븐(편의점)을 지주사로 넘겼다. 내수시장 부진으로 고전 중인 롯데시네마(영화관)는 남았다.

반면 이마트는 이마트몰(온라인몰), 스타필드(복합쇼핑몰) 등 사업부들이 성과를 내고 있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유통업계에서 온라인몰 사업을 실속 있게 펼치고 있는 업체는 이마트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당분간 이런 흐름이 계속될 것이란 게 증권업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10월 이후 이마트 주가가 30% 가까이 오르는 사이 롯데쇼핑은 14.81% 하락했지만,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측면에서 이마트의 매력이 더 크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은 18.13배로, 이마트(15.56배)보다 높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