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글로벌 대전환기, 한국만 '위험회피 사회'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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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 나라 밖은 대변신 중
한국만 '과거와 전쟁'… '미래' 구호는 실종
불임 정치, 보신 관료… 기업도 '야성' 잃어
꿈 없는 '퇴행국가' 탈피할 국가비전 절실
한국만 '과거와 전쟁'… '미래' 구호는 실종
불임 정치, 보신 관료… 기업도 '야성' 잃어
꿈 없는 '퇴행국가' 탈피할 국가비전 절실
외환위기 20년이 흘렀어도 변함없는 게 있다. 문제를 알고도 못 고친다는 점이다. 환란 직후에는 시스템 개혁과 글로벌 스탠더드에 근접하려는 노력이라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바깥 세상 변화에 눈감고, 혁신 요구에 귀 막은 채 ‘냄비 속 개구리’가 돼 간다. 기득권 보호와 현상유지에 급급할 뿐, 변화와 혁신에 대한 사회 곳곳의 알레르기 반응만 거세다. 이른바 ‘위험회피 사회’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지금 세계는 18세기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대(大)전환의 시대에 들어섰다. ‘졸면 죽는다’는 역동의 시기다. 신기술·신산업 경쟁은 대항해시대의 해상패권 전쟁을 방불케 한다. 과거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했다면, 이제는 신기술·신산업을 선점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할 것이다. 이 때문에 선진국마다 법인세 인하 등 기업환경 개선에 혈안이고, 정부와 기업이 2인3각처럼 자율차 수소차 AI 등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혁신 합종연횡과 중국 선전의 상전벽해가 이를 웅변한다.
스타트업의 ‘승자독식’은 더 두드러진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은 2014년 45개에서 올초 242개로 늘었는데 미국(53%)과 중국(22%)이 4분의 3이다. ‘데카콘 기업’(100억달러 이상)은 14개 중 13곳이 미(8개)·중(5개) 기업이다. 제조강국 독일, 새로 부상하는 인도는 물론 ‘규제 왕국’이던 일본조차 초(超)스마트화 전략으로 맹렬히 추격 중이다.
우리 현실은 어떤가. 모두들 말로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해야 한다”고 외친다. 하지만 아무런 실천이 없다. ‘과거와의 전쟁’에 함몰된 정치는 불임(不姙)이 된 지 오래다. 규제프리존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일자리 법안은 논의도 안 해 보고 또 해를 넘길 판이다. 자부심으로 일하던 공직사회에도 보신주의가 짙게 깔려 있다. 과거에 일 좀 했다는 공무원들이 처벌받는 것을 보며, 혹여 자신도 적폐세력으로 몰릴까 몸부터 사린다. 나라의 미래를 용기있게 말하는 정치인과 관료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위험회피 사회의 실상은 규제에서도 잘 드러난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로드맵, 혁신성장 전략회의 등에서 ‘사전 허용, 사후 규제’ 원칙을 천명했지만 정작 현장에선 ‘선(先) 규제, 후(後) 금지’가 보통이다. 단적인 예가 서울시가 택시 승차거부 해소를 위해 개발했다는 택시앱이다. 서울시는 공유버스앱(콜버스), 카풀앱(풀러스) 등을 자신이 틀어막은 사실을 잊은 모양이다.
중국 선전에선 공무원들이 스타트업을 쫓아다니며 “뭐 필요한 거 없냐”고 묻는 반면, 한국의 공무원은 뭔가 새로운 게 나오면 온갖 규정을 끌어다 일단 막고 본다. 그러니 스타트업들은 신기술에 전념하기에 앞서 규제를 찾아보느라 법률 전문가가 돼야 하는 게 현실이다. 청년 취업준비생의 3분의 1이 ‘공시족’인 것은 규제만능 사회에서는 합리적 선택이다.
기업들마저 ‘야성적 충동’을 잃어가는 것도 심각한 우려를 낳는다. 기업인들이 위험을 수반한 의사결정을 기피하고, 오히려 정치·사회의 눈치를 보는 데 급급해한다. 경영권조차 안심할 수 없게 하는 정책들이 쏟아지니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기관투자가 의결권 강화, 소액주주 권한을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대기 중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전략처럼, 미래를 위한 투자를 희생해가며 배당을 늘리는 것이 과연 주주가치에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혁신을 수용하고, 위험을 감수할 의지가 없는 사회일수록 정작 위험이 닥쳤을 때 감지하지 못하는 ‘위험맹(盲)’이 될 수 있다. 세계사에서 수없이 목격한 꿈도, 비전도 없는 ‘퇴행(退行) 국가’의 모습이기도 하다. 우리는 후손에게 어떤 나라를 물려줄 것인가.
지금 세계는 18세기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대(大)전환의 시대에 들어섰다. ‘졸면 죽는다’는 역동의 시기다. 신기술·신산업 경쟁은 대항해시대의 해상패권 전쟁을 방불케 한다. 과거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했다면, 이제는 신기술·신산업을 선점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할 것이다. 이 때문에 선진국마다 법인세 인하 등 기업환경 개선에 혈안이고, 정부와 기업이 2인3각처럼 자율차 수소차 AI 등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혁신 합종연횡과 중국 선전의 상전벽해가 이를 웅변한다.
스타트업의 ‘승자독식’은 더 두드러진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은 2014년 45개에서 올초 242개로 늘었는데 미국(53%)과 중국(22%)이 4분의 3이다. ‘데카콘 기업’(100억달러 이상)은 14개 중 13곳이 미(8개)·중(5개) 기업이다. 제조강국 독일, 새로 부상하는 인도는 물론 ‘규제 왕국’이던 일본조차 초(超)스마트화 전략으로 맹렬히 추격 중이다.
우리 현실은 어떤가. 모두들 말로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해야 한다”고 외친다. 하지만 아무런 실천이 없다. ‘과거와의 전쟁’에 함몰된 정치는 불임(不姙)이 된 지 오래다. 규제프리존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일자리 법안은 논의도 안 해 보고 또 해를 넘길 판이다. 자부심으로 일하던 공직사회에도 보신주의가 짙게 깔려 있다. 과거에 일 좀 했다는 공무원들이 처벌받는 것을 보며, 혹여 자신도 적폐세력으로 몰릴까 몸부터 사린다. 나라의 미래를 용기있게 말하는 정치인과 관료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위험회피 사회의 실상은 규제에서도 잘 드러난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로드맵, 혁신성장 전략회의 등에서 ‘사전 허용, 사후 규제’ 원칙을 천명했지만 정작 현장에선 ‘선(先) 규제, 후(後) 금지’가 보통이다. 단적인 예가 서울시가 택시 승차거부 해소를 위해 개발했다는 택시앱이다. 서울시는 공유버스앱(콜버스), 카풀앱(풀러스) 등을 자신이 틀어막은 사실을 잊은 모양이다.
중국 선전에선 공무원들이 스타트업을 쫓아다니며 “뭐 필요한 거 없냐”고 묻는 반면, 한국의 공무원은 뭔가 새로운 게 나오면 온갖 규정을 끌어다 일단 막고 본다. 그러니 스타트업들은 신기술에 전념하기에 앞서 규제를 찾아보느라 법률 전문가가 돼야 하는 게 현실이다. 청년 취업준비생의 3분의 1이 ‘공시족’인 것은 규제만능 사회에서는 합리적 선택이다.
기업들마저 ‘야성적 충동’을 잃어가는 것도 심각한 우려를 낳는다. 기업인들이 위험을 수반한 의사결정을 기피하고, 오히려 정치·사회의 눈치를 보는 데 급급해한다. 경영권조차 안심할 수 없게 하는 정책들이 쏟아지니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기관투자가 의결권 강화, 소액주주 권한을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대기 중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전략처럼, 미래를 위한 투자를 희생해가며 배당을 늘리는 것이 과연 주주가치에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혁신을 수용하고, 위험을 감수할 의지가 없는 사회일수록 정작 위험이 닥쳤을 때 감지하지 못하는 ‘위험맹(盲)’이 될 수 있다. 세계사에서 수없이 목격한 꿈도, 비전도 없는 ‘퇴행(退行) 국가’의 모습이기도 하다. 우리는 후손에게 어떤 나라를 물려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