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초대형 약국체인인 CVS헬스가 건강보험회사 애트나를 인수한다. 지난 1년간 최대 인수합병(M&A) 사례로 인수금액이 75조원에 달한다. 두 회사는 7년 전부터 협력을 도모해왔으나 아마존의 의약품 사업 진출 움직임이 보도되던 두 달 전 협상을 본격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출 분야마다 기존 강자를 무너뜨린 아마존에 맞서 초대형 M&A를 성사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마존이 불지핀 미국 의약업계 '빅딜'… CVS, 애트나 690억달러에 인수
◆약국+보험사 수직적 결합

CVS헬스는 3일(현지시간) 애트나를 690억달러(약 75조원)에 인수하기로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애트나 이사회는 주당 207달러(현금 145달러, 주식 62달러)의 조건으로 회사를 매각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올해 최대 규모였던 아마존의 홀푸드 인수(137억달러)를 뛰어넘는 대형 M&A다. 미국에 약국과 소매점을 겸한 9700여 개 점포와 1100개의 응급병원을 보유한 CVS는 지난해 매출 1780억달러를 올렸다. 애트나는 건강보험 가입자가 2220만 명인 미국 3대 건강보험회사로 작년 매출은 630억달러였다.

양사 합병은 반독점당국 승인을 거쳐 내년 하반기까지 이뤄질 전망이다. 합병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는 래리 멀로 CVS CEO가 맡게 된다. 애트나는 합병 회사 산하에 독립 사업부로 유지된다. 멀로 CEO는 “두 회사의 전문 지식을 결합해 헬스케어 플랫폼을 구축하고 업계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마크 베르톨리니 애트나 CEO도 “애트나의 방대한 데이터와 CVS의 소매유통 전문성을 더하면 치료에 큰돈이 드는 만성 질환을 더 쉽고 싼 비용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회사는 그동안 어려움을 겪어왔다. CVS는 의약품 판매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졌다. 아마존의 의약품 사업 진출설이 나돌면서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다. 대부분 수익은 제약서비스대행(PBM) 사업에서 발생한다. 보험사 등을 대행해 처방약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CVS는 이번 인수로 애트나 가입자를 PBM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제약사와의 약값 협상에서 협상력도 높일 수 있게 됐다.

애트나는 건강보험사 1위인 유나이티트헬스그룹이 최근 병원 PBM 등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성장성에서 뒤처져왔다. 올초 경쟁사인 휴매나 인수에 나섰으나 반독점에 걸려 포기해야 했다. 이에 따라 수평적 통합이 아니라 헬스케어산업 내에서의 수직적 통합에 나선 것이다. 애트나는 CVS의 PBM 사업과 응급병원망을 통해 건강보험 사업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양사는 이번 M&A로 발생한 단기 시너지 효과가 7억5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아마존이 두려운 헬스케어업계

이번 M&A의 배경엔 ‘파괴자’ 아마존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제약업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빅딜”이라며 “성숙산업에 첨단 기술이 들어오고 새 영역의 경쟁사(아마존)가 진입하는 상황에서 회사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여주는 극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아마존은 헬스케어 사업 진출을 다각도로 준비해왔다. 지난 10월 이미 뉴저지와 미시간 테네시 등 미국 내 12개 주에서 약국 면허를 딴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일엔 밀란, 산도스 등 복제약 회사와 협상 중인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아마존은 또 헬스케어 전문가인 크리스틴 헤닝스가드를 고용해 신사업을 준비 중이다. 헤닝스가드의 링크트인 프로필엔 ‘전략 기획’ 업무를 맡은 것으로 나와 있다.

아마존이 의약품을 취급하면 높은 가격경쟁력과 충성도 있는 프라임 고객을 바탕으로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 아마존은 서점, 소매유통, 식료품점, 콘텐츠 등 많은 산업을 뒤집어놨다.

이 때문에 헬스케어업계는 긴장 속에 대응해왔다. 애트나의 휴매나 인수 시도가 그랬고, 보험사 앤섬의 또 다른 보험사 시그나 인수 시도도 마찬가지였다. 앤섬은 10월 PBM 회사인 익스프레스스크립트와의 협력을 발표하기도 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