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임금을 올리거나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사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기업에 법인세율 인하 혜택을 더 늘려주기로 했다.

미국 의회가 법인세 최고세율 대폭 인하를 담은 세제개편 법안을 통과시키자 발 빠르게 대응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 자국 기업은 물론 외국 기업의 투자까지 유도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글로벌 경쟁이 불붙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를 ‘생산성 혁명’ 집중 투자 기간으로 정하고 임금 인상, 기술 투자 등의 조건을 충족한 기업에 법인세 혜택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일본 법인세 부담 20%로 대폭 경감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주요 선진국 간 법인세율 인하 경쟁이 벌어지자 지방세를 포함한 실질 법인세 부담을 약 30%에서 25% 수준으로 낮추려던 애초 계획을 수정해 20% 선까지 낮추기로 방침을 정했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8년도 세법개정안 원안을 오는 8일 각의에서 확정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여당 세제조사회 논의에서 결정된다.

일본은 그동안 법인세 최고세율과 실효세율을 단계적으로 내려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는 30%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012년 25.5%, 2015년 23.9%, 2016년 23.4%로 인하했다. 내년엔 23.2%로 추가 인하할 계획이다. 국세와 지방세 등을 합한 법인세 실효세율도 2015년 34.62%에서 지난해 29.97%로 내렸으며 2018년에는 29.74%로 더 인하할 전망이다.

여기에다 투자에 적극 나서는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지원 등을 2단계로 추가 적용한다. 1단계로 임금 인상과 설비투자에 적극적인 기업에 법인세액 공제를 제공해 실질적인 법인세 부담을 25% 선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2단계로 사물인터넷(IoT)이나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사용해 생산성 향상을 시도하는 기업에는 감세폭을 더욱 늘린다는 방침이다. 2단계 혜택을 모두 적용할 경우 기업의 실질적인 세 부담은 20% 안팎까지 낮아진다는 설명이다.

일본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새로운 법인세 혜택은 임금 인상률이 전년 대비 3%(현행 2%)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요건은 기존보다 엄격해지지만 법인세 인하 혜택이 커지는 만큼 연간 수만 개 기업이 혜택을 노릴 것으로 기대된다.

법인세 실효세율이 법적으로 정의되지 않은 한국에선 통상 각종 세액공제를 실효세율에 반영하는 반면 미국과 일본 등에선 세액공제분을 실효세율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 법인세 실효세율을 지속적으로 낮춰왔지만 미국과 유럽 각국이 잇따라 법인세 인하를 단행하면서 투자유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더 강한 카드를 내놨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하원에 이어 상원이 지난 2일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0%로 낮추는 ‘트럼프 감세안’을 통과시켰다. 프랑스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33.3%인 법인세율을 5년간 25%까지 단계적으로 끌어내리겠다고 지난 8월 발표했다. 영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19%로 떨어졌다. 최근 10년간 총 11%포인트나 인하했으며, 이에 만족하지 않고 17%까지 추가 인하를 준비하고 있다. 헝가리는 20%였지만 올해부터 9%로 대폭 낮췄다.

일본 정부는 법인세 인하 혜택 확대뿐 아니라 중소기업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고정자산세 부담 감면 조치’도 강구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이 새로 도입한 기계 등에 매겨지는 고정자산세율을 0.7%에서 제로(0)로 낮출 방침이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