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가상화폐 투기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강도 높은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법무부가 주관부처가 돼 이른 시일 안에 추가 규제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정부는 4일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국내외 가상통화 시장동향과 대응방안을 재점검했다. 정부 관계자는 “가상통화 관련 정부부처들은 가상통화 문제의 심각성에 인식을 같이하고 관계기관 합동 가상통화 TF를 통해 적극 협력해 공동대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법무부가 관계부처 TF의 주관부처가 돼 규제책 마련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 가상통화 투기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관계부처가 이 문제를 들여다볼 때가 됐다”고 말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금융위는 이날 가상화폐를 화폐나 금융상품으로 보지 않는다는 기본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못박았다. 김 부위원장은 “가상화폐는 정부가 가치의 적정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하겠다”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가상화폐 거래소 진입 규제보다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공청회에선 금융당국의 대응이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진화 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국내 가상화폐 투자자는 약 100만 명으로 추산되고 하루 거래대금만 1조~6조원에 달한다”며 “규모는 계속 늘어나는데 규제 공백 때문에 피해를 입더라도 법적 책임을 물을 곳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계속돼선 안 된다”며 “중장기적으로 네거티브 규제 방식의 자금결제법이 제정되는 편이 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당국의 얘기는 결국 법무부를 앞세워 불법 단속만 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최소한의 소비자 보호 장치는 마련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제도화 논의 과정에서 블록체인 같은 신기술에 대한 규제가 과도하게 적용돼선 안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는 “블록체인 등 신기술이 금융거래 인프라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살펴 규제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지은/김주완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