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왓슨', 대형병원 쏠림 현상 해소할까… "가능성 확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가천대길병원 "경직된 의료문화 개선, 환자와 커뮤니케이션에도 유용"
건보 적용 안돼…'수가 문제'가 보급 확산의 변수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의 고질병 중 하나는 바로 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세브란스병원(가나다순) 등 이른바 빅5 병원에 환자가 몰리는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다.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대형병원에서 진료받길 희망하는 인원이 많다 보니 최소 30분 대기, 최대 3분 진료라는 기형적인 현상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로 미국 IBM사의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를 도입한 가천대길병원은 5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런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줄이는데 의료 관련 인공지능 장비가 도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길병원에 따르면 왓슨 도입 전에는 빅5 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은 환자가 길병원에서 재진을 받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왓슨을 이용한 다학제 진료(주치의를 포함한 5~6명의 의료진이 진료하는 방식)가 시작된 후 1년 동안 빅5 병원을 포함한 다른 의료기관에서 암 판정을 받은 37명의 환자가 길병원을 찾아 치료법을 문의했다.
이언 길병원 인공지능병원 추진단장은 "아직 1년밖에 되지 않아 37명이라는 숫자가 다소 적어 보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앞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진료를 받길 희망하는 환자는 계속 늘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길병원은 왓슨 도입 후 암 치료 건강보험공단 청구액이 약 102억2천만 원 증가했다.
그 결과, 청구액 기준 진료 실적 순위가 대장암(18위→8위), 유방암(13위→9위), 폐암(20위→10위), 위암(17위→12위), 간암(16위→14위) 등 주요 암 모두 상승했다.
이 단장은 "이처럼 왓슨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가 굳이 다른 병원을 가지 않고, 길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는 사례도 흔해졌다"며 "우리 병원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서울이 아닌 지방 의료기관에서도 왓슨과 같은 차별화된 최첨단 진료를 제공한다면 환자를 유치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길병원은 이에 대한 근거로 한 통계자료를 제시했다.
1천99명이 응답한 이 자료에 따르면 빅5 병원을 선호하는 이유는 ▲ 의료진 실력(70.5%) ▲ 명성과 추천(14%) ▲ 친절한 서비스(2.4%) ▲ 첨단시설과 장비(12.2%) 순으로 조사됐다.
이중 '의료진 실력' 및 '명성과 추천'에 대한 환자 신뢰도를 높이는데 인공지능 장비가 충분히 도움될 수 있다는 게 길병원 측 주장이다.
이 단장은 "왓슨을 이용한 다학제진료는 의사 6명이 참여해 약 30분 동안 진료가 이뤄지기 때문에 환자 개인별 최대 180분 진료를 받는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강조했다.
의학저널 290종·의학 교과서 200종을 비롯해 1천200만 쪽에 달하는 전문자료와 다양한 환자 임상 사례가 입력된 왓슨은 환자 데이터를 입력하면 강력 추천·추천·비추천으로 구분한 치료 방법을 제시한다.
특히 의료진이 환자에게 치료법을 일방적으로 통보해 온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환자·보호자가 의료진과 함께 논의해 최선의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백정흠 길병원 외과 교수는 "1년간 왓슨 진료 시스템을 운영해보니 권위적인 진료가 아닌 환자·보호자가 치료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 많은 사람이 만족했다"며 "경직된 의료문화를 개선하고, 환자와 의료진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이끄는데 인공지능은 매우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왓슨이 국내 의료 현장에 정착하기 위한 과제도 있다.
바로 '수가 문제'다.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왓슨은 의료기기가 아니다"라고 밝혀 당분간 건강보험 급여 적용은 어려운 상태다.
이에 따라 길병원을 비롯해 왓슨을 도입한 부산대병원·건양대병원·계명대 동산병원·대구가톨릭대병원·조선대병원 등은 별도의 진료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
백 교수는 "수가 문제는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병원 측은 환자 진료에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다만 왓슨과 같은 인공지능 장비가 더 많은 의료기관에 보급되려면 적정 수가 책정은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건보 적용 안돼…'수가 문제'가 보급 확산의 변수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의 고질병 중 하나는 바로 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세브란스병원(가나다순) 등 이른바 빅5 병원에 환자가 몰리는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다.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대형병원에서 진료받길 희망하는 인원이 많다 보니 최소 30분 대기, 최대 3분 진료라는 기형적인 현상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로 미국 IBM사의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를 도입한 가천대길병원은 5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런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줄이는데 의료 관련 인공지능 장비가 도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길병원에 따르면 왓슨 도입 전에는 빅5 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은 환자가 길병원에서 재진을 받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왓슨을 이용한 다학제 진료(주치의를 포함한 5~6명의 의료진이 진료하는 방식)가 시작된 후 1년 동안 빅5 병원을 포함한 다른 의료기관에서 암 판정을 받은 37명의 환자가 길병원을 찾아 치료법을 문의했다.
이언 길병원 인공지능병원 추진단장은 "아직 1년밖에 되지 않아 37명이라는 숫자가 다소 적어 보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앞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진료를 받길 희망하는 환자는 계속 늘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길병원은 왓슨 도입 후 암 치료 건강보험공단 청구액이 약 102억2천만 원 증가했다.
그 결과, 청구액 기준 진료 실적 순위가 대장암(18위→8위), 유방암(13위→9위), 폐암(20위→10위), 위암(17위→12위), 간암(16위→14위) 등 주요 암 모두 상승했다.
이 단장은 "이처럼 왓슨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가 굳이 다른 병원을 가지 않고, 길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는 사례도 흔해졌다"며 "우리 병원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서울이 아닌 지방 의료기관에서도 왓슨과 같은 차별화된 최첨단 진료를 제공한다면 환자를 유치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길병원은 이에 대한 근거로 한 통계자료를 제시했다.
1천99명이 응답한 이 자료에 따르면 빅5 병원을 선호하는 이유는 ▲ 의료진 실력(70.5%) ▲ 명성과 추천(14%) ▲ 친절한 서비스(2.4%) ▲ 첨단시설과 장비(12.2%) 순으로 조사됐다.
이중 '의료진 실력' 및 '명성과 추천'에 대한 환자 신뢰도를 높이는데 인공지능 장비가 충분히 도움될 수 있다는 게 길병원 측 주장이다.
이 단장은 "왓슨을 이용한 다학제진료는 의사 6명이 참여해 약 30분 동안 진료가 이뤄지기 때문에 환자 개인별 최대 180분 진료를 받는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강조했다.
의학저널 290종·의학 교과서 200종을 비롯해 1천200만 쪽에 달하는 전문자료와 다양한 환자 임상 사례가 입력된 왓슨은 환자 데이터를 입력하면 강력 추천·추천·비추천으로 구분한 치료 방법을 제시한다.
특히 의료진이 환자에게 치료법을 일방적으로 통보해 온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환자·보호자가 의료진과 함께 논의해 최선의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백정흠 길병원 외과 교수는 "1년간 왓슨 진료 시스템을 운영해보니 권위적인 진료가 아닌 환자·보호자가 치료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 많은 사람이 만족했다"며 "경직된 의료문화를 개선하고, 환자와 의료진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이끄는데 인공지능은 매우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왓슨이 국내 의료 현장에 정착하기 위한 과제도 있다.
바로 '수가 문제'다.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왓슨은 의료기기가 아니다"라고 밝혀 당분간 건강보험 급여 적용은 어려운 상태다.
이에 따라 길병원을 비롯해 왓슨을 도입한 부산대병원·건양대병원·계명대 동산병원·대구가톨릭대병원·조선대병원 등은 별도의 진료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
백 교수는 "수가 문제는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병원 측은 환자 진료에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다만 왓슨과 같은 인공지능 장비가 더 많은 의료기관에 보급되려면 적정 수가 책정은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