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2월5일 오후3시21분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에 건설 중인 ‘판교 알파돔시티 6-3블록 빌딩’(조감도) 인수전에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국내외 연기금과 부동산 자산운용사가 대거 참여했다. 한국 정보기술(IT)산업 중심지로 거듭나는 판교의 미래 가치에 투자자들이 높은 점수를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켓인사이트] 국내외 부동산 큰손 '판교 대전'
◆판교에 몰린 부동산 큰손들

5일 부동산금융업계에 따르면 6-3빌딩 소유주인 지방행정공제회와 매각주관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가 전날 이 건물의 입찰제안서를 받은 결과 6곳이 제안서를 냈다. 삼성SRA자산운용을 비롯해 이지스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등이 참여했다. 글로벌 보험사인 푸르덴셜 계열 부동산 투자회사 M&G리얼에스테이트와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GIC도 국내 운용사에 투자확약서(LOC)를 내는 등의 방식으로 입찰에 뛰어들었다.

6-3빌딩은 내년 3월 준공될 예정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행정공제회 등이 출자한 첨단복합센터 건설사업 ‘알파돔시티 프로젝트’의 주(主) 업무동으로, 지하 7층~지상 15층, 연면적 8만7710㎡ 규모 초대형 빌딩이다.

6-3빌딩은 LH가 짓고 있는 6-4빌딩과 함께 입지 여건이 판교 내에서 최상급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신분당선과 경강선 환승역인 판교역, 현대백화점 판교점과 연결된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 예상하는 매각가격은 3.3㎡당 1700만원(총 4500억원 안팎)으로 판교 업무용 빌딩 거래 사상 단위면적당 최고가를 기록할 것이란 게 IB업계의 전망이다. HP(휴렛팩커드)코리아 입주가 확정돼 있는 등 대부분 공간의 임차인을 확보했다.

삼성SRA자산운용이 국민연금의 부동산 블라인드 펀드(투자처를 정해두지 않은 펀드) 자금을 건물 매입에 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GIC가 참여한 것도 눈에 띈다. IB업계 관계자는 “GIC는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SFC), 강남파이낸스센터(GFC)를 매입해 10년 이상 장기 보유하고 있고 이 건물들은 조(兆) 단위로 가격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농협금융지주와 미래에셋그룹도 유력 후보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NH계열사들이 조성한 부동산 펀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래에셋대우 자금을 넣겠다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왜 뛰어들었나

판교는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각광받고 있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 중인 한국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및 게임사들이 이곳에 속속 둥지를 틀면서 오피스빌딩 수요가 크게 늘었다.

이 지역 대형빌딩 공실률은 서울의 절반 수준인 4%대다. 부동산금융업계에서 한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3대 권역으로 꼽는 CBD(서울 도심업무지구), YBD(여의도), GBD(강남)에 이어 PBD(판교 업무지구)란 용어가 등장했다.

정부가 밀고 있는 제2판교테크노밸리 조성사업이 2019년 1차 준공을 앞두고 있고, 경기도가 제3테크노밸리 사업을 준비 중인 것은 호재로 꼽힌다. 다만 단기적으로 오피스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단점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1차 테크노밸리 빌딩의 매각 제한이 2019년 풀려 오피스 시장에 물량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