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금투협회장 인선까지… '관치(官治)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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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 '유력 후보'였던 황영기 회장 연임 포기
"현 정부와 결이 다르다"
"대기업 덕 본 협회장 많아" 최종구 금융위원장 발언 여파
업계 "정부가 사실상 몰아낸 꼴…낙하산 후보는 회장 못될 것"
"현 정부와 결이 다르다"
"대기업 덕 본 협회장 많아" 최종구 금융위원장 발언 여파
업계 "정부가 사실상 몰아낸 꼴…낙하산 후보는 회장 못될 것"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65·사진)이 지난 4일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혔다. 금융투자협회장 인선에 대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가이드라인’이 나온 지 나흘 만이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일부 협회의 경우) 대기업 그룹에 속한 회원사 출신이 (출신 회사의) 후원이나 도움을 받아 회장에 선임된 경우가 많았다”며 “또 (그런 사례가) 나타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삼성전자 자금팀을 거쳐 삼성투자신탁운용 사장, 삼성증권 사장 등을 지낸 황 회장이 자신을 겨냥한 것으로 생각하기에 충분한 발언이다.
황 회장도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한 게 정부와의 갈등 때문이란 점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정부의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라고 표현했다. 페르소나 논 그라타는 상대국이 파견한 외교관을 거절할 때 쓰는 외교용어로 ‘기피인물’이란 뜻이다. 황 회장은 “정부 역할을 중시하는 현 정부에서 나는 환영받지 못한 사람”이라며 “시장의 기능을 강조하는 나와 정부는 결이 다르다”고 말했다.
황 회장의 결정을 두고 금융투자업계에선 “정부 입김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금융투자협회장 인선에까지 ‘관치(官治)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장은 증권회사, 자산운용사 등 241개 회원사가 비밀투표로 선출한다. 전국은행연합회 등 다른 금융 관련 협회처럼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방식이 아니다. 청와대나 금융당국의 ‘입김’보다 회원사들의 뜻이 회장 선출에 충실히 반영되는 구조다.
금융투자업계는 이 같은 협회장 선출 방식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다른 업권과 달리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대표를 직접 뽑을 수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
한 증권사 임원은 “금융투자업은 창의성과 도전정신이 핵심”이라며 “실수와 실패 가능성을 줄이는 데 방점을 찍고 있는 정부의 뜻이 강조되면 퇴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는 “황 회장이 대기업 후원 덕분에 회장에 당선됐다고 생각한다면 크게 잘못 본 것”이라며 “업계 발전을 위해 최적의 인물을 찾으려는 회원사들의 노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이 연임 포기를 결정하면서 관심은 누가 차기 회장이 될 것이냐에 쏠리고 있다. 업계에선 “정부가 현 회장의 연임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 자신들이 원하는 사람을 새 회장에 앉힐 수는 없을 것”이란 반응이 많다.
업계 일각의 이런 반응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높다. 2012년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서 박종수 전 우리투자증권 사장이 당시 유력 후보로 꼽혔던 최경수 전 현대증권 사장을 제치고 2대 금융투자협회장에 당선됐다. 최 전 사장은 국세청과 기획재정부 등을 거쳐 조달청장을 지내 금융투자업계에선 ‘정부가 미는 후보’란 인식이 강했다.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서 떨어진 최 전 사장은 이후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올랐다.
박종서 증권부 기자 cosomos@hankyung.com
최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일부 협회의 경우) 대기업 그룹에 속한 회원사 출신이 (출신 회사의) 후원이나 도움을 받아 회장에 선임된 경우가 많았다”며 “또 (그런 사례가) 나타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삼성전자 자금팀을 거쳐 삼성투자신탁운용 사장, 삼성증권 사장 등을 지낸 황 회장이 자신을 겨냥한 것으로 생각하기에 충분한 발언이다.
황 회장도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한 게 정부와의 갈등 때문이란 점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정부의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라고 표현했다. 페르소나 논 그라타는 상대국이 파견한 외교관을 거절할 때 쓰는 외교용어로 ‘기피인물’이란 뜻이다. 황 회장은 “정부 역할을 중시하는 현 정부에서 나는 환영받지 못한 사람”이라며 “시장의 기능을 강조하는 나와 정부는 결이 다르다”고 말했다.
황 회장의 결정을 두고 금융투자업계에선 “정부 입김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금융투자협회장 인선에까지 ‘관치(官治)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장은 증권회사, 자산운용사 등 241개 회원사가 비밀투표로 선출한다. 전국은행연합회 등 다른 금융 관련 협회처럼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방식이 아니다. 청와대나 금융당국의 ‘입김’보다 회원사들의 뜻이 회장 선출에 충실히 반영되는 구조다.
금융투자업계는 이 같은 협회장 선출 방식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다른 업권과 달리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대표를 직접 뽑을 수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
한 증권사 임원은 “금융투자업은 창의성과 도전정신이 핵심”이라며 “실수와 실패 가능성을 줄이는 데 방점을 찍고 있는 정부의 뜻이 강조되면 퇴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는 “황 회장이 대기업 후원 덕분에 회장에 당선됐다고 생각한다면 크게 잘못 본 것”이라며 “업계 발전을 위해 최적의 인물을 찾으려는 회원사들의 노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이 연임 포기를 결정하면서 관심은 누가 차기 회장이 될 것이냐에 쏠리고 있다. 업계에선 “정부가 현 회장의 연임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 자신들이 원하는 사람을 새 회장에 앉힐 수는 없을 것”이란 반응이 많다.
업계 일각의 이런 반응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높다. 2012년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서 박종수 전 우리투자증권 사장이 당시 유력 후보로 꼽혔던 최경수 전 현대증권 사장을 제치고 2대 금융투자협회장에 당선됐다. 최 전 사장은 국세청과 기획재정부 등을 거쳐 조달청장을 지내 금융투자업계에선 ‘정부가 미는 후보’란 인식이 강했다.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서 떨어진 최 전 사장은 이후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올랐다.
박종서 증권부 기자 coso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