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실익 챙긴 국민의당…광주·전북 역대 최대 예산
내년도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사실상 손을 잡은 국민의당이 예산 배정에서 짭잘한 실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호남운 올해 14조6000억원에 달하는 국비를 확보했다. 호남고속철도(KTX) 2단계 사업 예산 등 호남 지역의 상징적인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정부원안에 비해 큰 폭으로 늘었다.

이는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국민의당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한 정부여당의 전략적인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국민의당은 호남고속철도 무안공항 경유, 새만금개발 SOC 사업 등 호남 숙원사업을 꾸준히 강조하며 호남 지역균형 발전을 강력히 주장했다.

광주·전라북도·전라남도는 2018년도 예산에서 각각 2조, 6조, 6조5000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이는 8월 제출된 정부 원안 대비 각각 2000억, 5000억, 5000억원 가량을 증액된 규모다. 특히 광주·전남의 2018년도 예산은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그간 국민의당이 주장한 호남지역 SOC 예산 증액이 호남 지역의 예산 확보를 크게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호남고속철도 2단계 사업의 무안공항 경유 노선 확정을 들 수 있다. 호남고속철 2단계 사업에 배정된 예산은 광주송정역과 목포역을 잇는 호남고속철 2단계 사업이 무안공항을 경유하는 방향으로 확정되면서 기존 정부원안 154억원 규모에서 134억원 가량 증액됐다.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0일 호남고속철의 2단계 사업에서 광주송정-목포역 구간으로 어이지는 노선에서 무안공항을 경유하는 노선을 적용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전북지역의 숙원인 새만금개발 SOC 예산도 대폭 늘어났다. 당초 정부원안에 평성되지 않았던 새만금개발공사 설립 예산이 510억원으로 신규 책정됐다. 새만금-전주고속도로 건설 및 새만금지구 내부개발 등 관련 사업에도 증액이 이어졌다.

정치권에서는 이같은 호남 지역 예산 증대를 정부여당의 적극적인 국민의당 구애 전략으로 보고 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국민의당의 협조 없이 여당 혼자서는 정국을 풀어갈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예산안 합의를 위해 구성된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국민의당의 역할이 단연 돋보였다. 여야는 원내대표 회동에서 공무원 증원,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일자리 안정 자금 예산 등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해 답보상태를 이어갔으나 막판 협상에서 여당과 국민의당이 접점을 찾으면서 합의안 도출이 급물살을 탔다.

여당의 국민의당 구애 전략은 예산 국회 이후로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여당은 오는 12월8일 정기국회가 마무리되면 곧바로 임시회를 열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등 '개혁 입법'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은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에 크게 반발하고 있어 개혁 입법을 위해서는 국민의당의 협조가 꼭 필요하다.

김소현 기자 ksh@hankyung.com